공분 산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국민청원 이틀 만에 20만 돌파

입력 2019-04-03 11:10 수정 2019-04-03 11:34
아이돌보미가 우는 아이의 입에 음식을 밀어넣고 있다. 유튜브 캡처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에 대한 강력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청한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시작 이틀만이다. 청와대는 동의자 20만명을 넘긴 청원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정부아이돌봄서비스 아이돌보미 영유아 폭행 강력 처벌 및 재발방지방안수립을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1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생후 14개월 아기가 아이돌보미에게 학대당하는 영상이 담긴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이틀간 청원 동의가 폭주했다. 청원은 3일 오전 10시30분 현재 20만623명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충족했다.

청원인은 자신들을 금천구에 살면서 14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까지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폭행과 학대를 목격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가 12세 이하의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사설 업체와 비교해 비용이 20~50% 정도 저렴해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이돌보미가 아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아이의 부모는 “건강보험료 부부합산 기준치가 초과된다는 이유로 아무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정부에서 소개해주는 돌보미 선생님이기에 믿고 이용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14개월 된 아이를 3개월 넘도록 지속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며 집 안에 설치된 가정용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아이의 부모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돌보미가 아기를 학대하는 장면이 담겼다. 돌보미는 아이의 뺨을 때리고 우는 아이의 입에 음식을 밀어 넣기도 했다. 밥을 먹던 아이가 재채기를 하면서 밥풀이 튀었다는 이유로 때리기도 했다. 아이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발로 차고 폭언을 하는 행동도 담겼다.

부모는 “현재 저희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아이돌보미는 저희 부부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일로 자신은 해고를 당했고 6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었다고 한다”면서 “저 말도 너무 화가 났지만, 저희 아이를 이 정도까지 학대한 사람이 6년이나 아이돌봄 선생님으로 활동을 했다는 게 정말 너무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수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사용하는 정부 지원 서비스”라면서 “하지만 직접 이용해보니 아기의 안전을 보장해주기에 너무 부실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유아 학대 처벌 강화, 돌보미 선생님의 자격 심사 강화 및 인성·적성 검사, 인성과 안전 교육 강화, 아이돌봄 신청 시 해당 기간 동안 신청 가정의 CCTV 설치 무상 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홈페이지

이들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아닌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저희 부부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정부에서 꼭 도와주셔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아이를 키우려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아이돌보미 김모씨를 지난달 20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번 주 안으로 김씨를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청원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자 여성가족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긴급 전수조사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가부 장관은 해당 가족과 국민에게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유사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아동 학대가 재발하지 않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아이돌보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와 함께 전담인력(TF)을 구성해 아동 학대 예방 및 대응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이달 중에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문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