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있는데 부상까지…깊어지는 포체티노의 고민

입력 2019-03-31 19:33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AP뉴시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3월 휴식기는 유독 길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와 31라운드 상대였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일정이 겹치며 약 3주간의 휴식을 취했다.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으로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휴식기다. 그런데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시름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가 발생하며 전술 운용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상황은 좋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서 4연속 무승(1무 3패)의 늪에 빠지며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일 맞붙을 다음 상대는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토트넘과 최근 맞붙었던 13번의 대결에서 단 한번 패했을뿐이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상대 안방인 안필드 스타디움. 리버풀은 안필드에서 치른 최근 36경기(26승 10무)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토트넘 내부 사정이다. 이달 A매치를 치르며 부상자가 생겼다. 해리 윙크스와 에릭 다이어의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인지라 이들의 이탈이 더욱 뼈아프다. 선수 기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하는 백업 요원들의 폭도 좁아지며 전술에 변화를 주기도 어려워졌다. 최근 가용했던 포백 체제보다는 스리백이 예상되는 이유다.

체력적으로도 뒤쳐져있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A매치를 위해 대표팀에 다녀왔다. 다이어뿐 아니라 대니 로즈, 키어런 트리피어, 델레 알리,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차출된 후 복귀했다. 수비의 핵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은 벨기에 대표팀 경기를 소화했다. 손흥민 역시 런던과 한국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으로 여독이 우려된다.

좌측 풀백인 로즈와 우측 풀백인 트리피어가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부진했던 토트넘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던 탓이 컸다. 로즈와 트리피어가 공격상황에서 빠르게 오버래핑해 활발한 측면 공격을 이어가야 하나 상대 압박을 떨쳐내지 못하며 움직임이 제한됐다. 측면이 무뎌지다보니 자연스레 전방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손흥민과 케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었다. 토트넘 전체의 득점력이 이달 들어 대폭 줄어든 이유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한다. 지난 23일 번리전에서 한 과격한 행동 때문에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아 출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발 자원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교체 카드도 마땅치 않다. 하프라인 부근이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 볼 포체티노 감독은 빠른 판단도 불가능하다. 결국 승패는 포체티노 감독의 첫 구상과 선수들의 투혼에 달렸다. 물러설 곳은 없다. 경기 결과에 따라 현재의 순위 3위는 한 단계 내려 갈 수도 있다. 포체티노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