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집을 꺾었다. 구단의 철학도 인플레이션이 매년 가속화되는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위기 의식을 느끼자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 얘기다.
뮌헨이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뮌헨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2024년까지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난데스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축 수비수다. 1996년생의 어린 선수로 주포지션은 좌측 풀백이다. 상대 공격수의 방향을 예측한 날카로운 태클 능력과 수비지역에서의 클리어링이 일품이다. 뛰어난 오버래핑 능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프랑스의 역습 전술에 앞장서기도 했었다. 미래를 내다본 영입으로 볼 수 있다.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이적료였다. 에르난데스를 데려오기 위해 무려 8000만 유로(약 1025억원)를 사용했다. 이는 뮌헨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로 종전 최고액의 두 배가량 수치다. 앞서 뮌헨은 2017년 올림피크 리옹으로부터 영입한 코랑탱 톨리소를 영입하며 4150만 유로(약 530억원)를 지출한 바 있다.
수비수 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은 경신됐다. 기존 최고액은 지난해 1월 잉글랜드 리버풀의 버질 반다이크가 전 소속팀 잉글랜드 사우샘프턴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기록한 7800만 유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뮌헨이 지갑을 열었다는 점에 있다. 울리 회네스 뮌헨 회장은 그간 가속화된 이적료 인플레이션 현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온 인물이다. “뮌헨은 절대 선수 이적료에 많은 금액 투자하지 않는다”며 “그것이 우리의 철학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철학이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은 모두 나이가 찼다.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은 올 시즌을 끝으로 팀 이탈이 유력하다. 제롬 보아텡, 마츠 훔멜스, 토마스 뮐러, 마누엘 노이어도 30대에 들어섰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8년 만에 16강에서 탈락했다.
에르난데스는 이적이 확정되자 뮌헨 구단을 통해 “축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날”이라며 “뮌헨은 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다. 뮌헨과 함께 우승을 위해 싸울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