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벤치’ 이강인·백승호, 출전 못했던 이유

입력 2019-03-28 11:15
이강인이 22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벤치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3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에서 ‘깜작 등장’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예고대로 기존 선수를 바탕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전술에 변화를 줬을 뿐 구성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며 기대를 모은 이강인과 백승호의 데뷔전은 불발됐다. 이들은 자신의 성인대표팀 첫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오스트리아 FC 리퍼링 소속 김정민도 마찬가지였다.

3월 A매치는 2전 전승으로 마무리됐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상대로 힘겨운 1골 차 승리를 거뒀다. 볼리비아전에서 정규시간 종료 직전 터진 이청용의 극적인 결승골로 1대 0 신승을 거뒀고, 콜롬비아를 상대로 후반전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2대 1로 겨우 이겼다. 한 골 싸움이 이어져 신예에게 데뷔전 기회를 주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는 얘기다.

벤투 감독의 성향을 확실하게 알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훈련에서 직접 검증한 선수만 기용한다. 대중의 반응이나 여론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의 선수 기용 패턴을 보면 이런 정황을 알 수 있다. 선수들도 이를 납득하고 있다. 주장 손흥민은 “열흘간 훈련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도 어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하다”며 당장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모험적인 카드보다 실리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벤투의 보수적인 면모는 콜롬비아전 교체카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후반 37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황의조를 제외하고 중앙 수비수 권경원을 꺼내 들었다. 2-1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그대로 승리를 굳히고자 했던 수비적인 수였다.

파이브백으로의 변형과 함께 황의조와 호흡을 맞췄던 손흥민까지 하프라인 아랫선으로 내려가 수비에 집중했다. 점유율과 공격권의 흐름이 완전히 콜롬비아에 넘어가 있던 상황에서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기도 했다.

이강인과 백승호가 26일 콜롬비아전 2대 1 승리 이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뉴시스

벤투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끝낸 뒤 이강인과 백승호 등을 소집한 이유를 밝혔다.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도 계속 관찰할 것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볼 예정”이라며 “이번 소집 훈련을 통해서 어린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했다.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선발 목적이 기용이 아니라 훈련과정을 지켜보기 위한 목적을 시인한 셈이다.

다음 A매치는 6월이다. 시간이 남아 있다. 유럽 프로축구 일정이 막바지에 치닫는 4~5월에는 FIFA에서 주관하는 국가 대항전은 없다. 이강인, 백승호, 김정민은 벤투 감독 말대로 소속팀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다. 벤투 감독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일은 결국 그들의 몫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