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개인숭배’ 비판 칭화대 교수 ‘직무정지’…“사상의 힘은 못막는다” 반발

입력 2019-03-27 15:2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독재를 비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은 쉬장룬 칭화대 교수.SCMP 캡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독재와 개인숭배 풍조를 비판한 현직 칭화대 교수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 주석 체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중국제조 2025’를 비판한 중국 고위 인사가 보직해임 되는 등 중국의 사상 통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칭화대학교는 이달 들어 쉬장룬 법대 교수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고 조사가 끝날 때가지 모든 강의와 연구활동, 학생 모집 등을 모두 금지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쉬 교수는 지난해 3월 ‘국가주석 임기제한 철폐’를 담은 헌법 개정이 되자 같은해 7월 이를 비판하는 “현재 우리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쉬 교수는 글에서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지난 1년 사이 중국 정치사회의 퇴조가 심각해 중국 민중이 두려움을 갖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국가발전 방향과 개인신변, 생명, 재산에 대한 걱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공권력이 개인재산권을 약탈하고 고위 지도부의 정치적 명령과 신계급투쟁 양상이 뚜렷해지며 문화대혁명 시대로 회귀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쉬 교수는 ‘독재 회귀’를 경계하고 ‘개인숭배’를 저지하며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자 재산 공개법 실시와 톈안먼(天安門) 사태 재평가 등도 제안했다.
쉬 교수는 2005년 중국 법학회로부터 ‘걸출한 10대 청년 법학자’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쉬 교수의 정직 처분에 대해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에 재직중인 동료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칭화대 사회학과 궈위화 교수는 “아마 그들은 쉬 교수가 쓴 길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의 글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처분은 불합리하고 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대 법학부 장첸판 교수는 “쉬 교수가 과격한 말이나 부적절한 말을 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감히 하지 못하는 공정하고 바른 얘기를 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며 “칭화대는 쉬 교수 같은 학자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데 오히려 믿을 수 없는 벌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칭화대는 대가를 치르게 되고 명성은 훼손될 것”이라며 “사상의 힘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쉬 교수 외에도 최근 중국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중국제조 2025’를 비판한 러우지웨이 전 재정부 부장(장관급)이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잇따라 재갈이 물려지고 있는 셈이다.

러우지웨이는 2013∼2016년 재정부 부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으로 근무했으며, 지난해부터 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으로도 일해왔다.

그는 이달 정협 연례회의 기간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제조 2025의 부정적인 측면은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라며 “중국제조 2025는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첨단산업의 발전을 원했겠지만, 이러한 산업들은 너무나 변화가 빨라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