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대교 충돌 ‘음주 운항’ 러시아 선장 구속기소

입력 2019-03-27 14:55

광안대교를 충돌한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선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부산지검 해양·환경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동수)는 27일 씨드랜드호 러시아인 선장 A씨(42)에 대해 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과실선박파괴,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해사안전법위반, 선박의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씨그랜드호 선사도 해사안전법 위반,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선장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19분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씨그랜드호를 운항하다 요트를 들이받은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선회각도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진하다 광안대교 램프를 충돌해 교량 위를 달리던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이날 오후 3시37분부터 오후 4시33분까지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에서 용호부두 해상 약 4.6㎞ 구간에서 조타수에게 조타기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선수 방위와 거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운항하다 요트 3척과 계류 바지선 1척을 들이받은 혐의도 받고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14분쯤 요트와 충돌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해경 해상교통관제(VTS)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충돌이 없다”라고 허위 답변한 뒤 그대로 전진 가속하면서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A씨는 정박 이후 해경이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처음에는 불응하다 뒤늦게 응했고 조타실 지휘를 자신이 아닌 1항사가 했다고 허위주장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항해기록장치에 저장된 조타실 대화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박 이후 선원들이 “이게 술의 결과다”, “들어갈 때 뿐만 아니라 절대로 안돼. 아예 배에서는 안되지”라는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선장 A씨의 음주 여부를 두고 서울대 법의학 교수와 부산대 약리학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사건 분석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선장이 씨그랜드호를 정박한 이후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주장하는 음주시간과 음주량으로는 사고 당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나 검출될 수 없다는 점과 운항당시 0.03% 이상인 사실이 확인된다는 소견을 제출했다.

검찰은 선장이 처음에는 “2항사실에서 2항사와 꼬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가 당시 2항사는 갑판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자 “2항사실에서 혼자 마셨다”고 진술을 바꿨고 “캔맥주를 선장실에서 마셨다”고 말했으나 선장실에서는 빈 맥주캔이 발견되지 않아 진술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용호부두의 공간 특성상 짧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선박 방향을 변경시키는 제자리 선회 방법으로 출항해야하는데도 A씨는 술에 취해 전진 엔진 가속을 높이면서 전방으로만 진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항해기록장치 분석결과 1차 요트 충격 당시 씨그랜드호 운항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3.8노트로 확인됐다.

특히 씨그랜드호의 조종성능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지 않고 타력으로 선회를 할 경우 최소한 440m가 필요한데 요트 충돌지점에서 광안대교까지는 약 350m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음주 적발을 피하려다 거리와 회전각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 관계자는 “음주운항 사범에 대한 구공판 확대 등 강화된 처리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해양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각종 해양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