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박 후보자는 4선으로 15년간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여러 장관 후보자를 검증할 때마다 어록을 남겼다. 이번에는 피청문인 신분으로 국회에 출석했다. 공수가 바뀌었지만 주눅이 들지 않았다.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청문위원들의 질문과 질타를 조목조목 받아쳤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 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미래당 이언주·김관영,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등 만만치 않은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우원식·박범계 의원 등 박 후보자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여당 위원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은 시작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한국당 위원들은 노트북 컴퓨터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은 박영선 거부!’라고 적은 팻말을 붙이고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한국당 간사 이종배 의원은 “자료제출 부실로 청문회 연기를 요청해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진행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자료가 없는 ‘깜깜이 청문회’는 없었다”며 “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의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위원들은 노트북의 팻말 제거를 요구했다. 박범계 의원은 “후보자를 검증, 청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검찰·재벌 개혁의 상징인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망신주기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항의했다.
여야의 초반 신경전은 결국 박 후보자에 의해 일단락됐다. 박 후보자는 “의원들이 모두 2252건의 자료를 요구했다. 그중 145건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미제출 자료는) 시간이 너무 경과해 없는 자료가 대부분이다. 내가 갖고 올 수 있는 것은 오늘 다 찾아왔다. 원하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박 후보자 부부가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때 박 후보자는 “주로 현금이나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한다. 콩나물 2000원어치를 살 때 현금으로 산다. 할머니에게 현금영수증을 끊어 달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되받았다. 또 “우리 부부의 재산을 합산해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는데, 남편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보면 1800만원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장외에서 제기한 박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의혹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박 후보자의 집이 4채”라며 “2000만원 넘는 세금이 지명되자 지각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황 대표가 얘기한 집 3채는 전세·월세를 포함한 것이다. 전셋집에 사는 국민은 다 집을 가진 것이냐”고 반문했다.
클라이막스는 이언주 의원과 박 후보자의 공방이었다. 자료 미제출을 지적한 이언주 의원의 공격에 박 후보자는 ‘이메일 오탈자’로 방어했다.
이 의원은 “요청한 정책 자료에 대해서도 제대로 협조되지 않았다. 열흘 전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무시하는 것인지 거짓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팀에서 이 의원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주소에 오탈자가 있었다고 한다”며 “그 주소로 세 차례 보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고 해 오늘 아침 확인하고 다시 보냈다”고 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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