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대한항공 이끈 조양호… 주주 신뢰 잃고 경영권 박탈

입력 2019-03-27 10:15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5%가 연임 반대에 표를 던지면서 조 회장의 재선임안은 부결됐다.

이 같은 주주들의 결정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전날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알린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와 기관 투자자,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느냐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 지분 구조를 보면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대주주 일가가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6%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은 24.77%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주주를 설득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최근 조 회장은 270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도 논란이 됐다.

이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조 회장 연임에 반대 권고를 하기도 했다.

결국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선임돼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던 조 회장은 주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20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