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경실련도 등 돌린 최정호 어쩌나…여권 내부서도 ‘난색’

입력 2019-03-27 00:15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슈퍼위크’ 첫 낙마자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몰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문재인정부의 실질적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들도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전력을 거론하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여권 내부에서도 최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변은 26일 성명을 내고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이력은 부러움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현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며 최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변은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최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서도 “사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 참여자와 국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엄격하게 구별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민변의 이 같은 입장은 최 후보자의 부동산 보유 이력과 ‘꼼수 증여’ 논란이 국민의 눈높이를 크게 벗어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까지도 부인 명의의 서울 송파구(잠실) 아파트(59㎡)를 비롯해 본인 명의의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155㎡) 분양권, 23년간 보유해온 경기도 성남(분당)의 아파트(84㎡) 등 아파트 2채와 분양권 1개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하지만 성남의 아파트는 청와대 인사 검증기간에 딸과 사위에게 증여해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보유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꼼수 증여’를 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으로서는 부적합하다”며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를 향해 야당은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지역이 모두 투기 관련 지역”이라며 “국토부 차관까지 지낸 분이 문재인정부의 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최 후보자의 부동산 보유에서 매매차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옹호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년 넘게 보유한 주택을 최근 딸에게 증여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평소 소신대로라면 처리했거나 (장관 임명) 이후에 처리하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당내 논의 등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하면서 채택 논의가 무산됐다. 여야는 오는 28일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최 후보자를 둘러싼 싸늘한 여론을 감안할 때 여야가 합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