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케인 탓?…손흥민이 부진에 빠진 진짜 이유

입력 2019-03-22 09:00 수정 2019-03-22 20:55
지난 도르트문트 전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 게티이미지

손흥민은 지난해 11월부터 해리 케인이 빠졌던 올해 2월 중반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3일 케인이 번리 FC전에 복귀한 이후부터 신기하게도 손흥민은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케인이 돌아오니 손흥민이 못한다”며 케인에 집중된 토트넘의 전술을 비판했다.

과연 그럴까. 사실부터 확인해보자. 케인이 복귀하고 치른 5경기에서 손흥민은 골을 넣지 못했다. 5경기에서 토트넘이 넣은 4골은 모두 케인의 몫이었다. 그럼 케인이 돌아와서 손흥민의 화력이 줄어든 걸까.

이 논리로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넣은 골을 설명할 수 없다. 축구 팬들은 손흥민이 잘할 때는 “케인이 상대 수비라인을 붕괴시켜 손흥민에게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런데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하니 모든 책임을 케인의 탓으로 돌린다. 케인의 득점력과 슈팅 수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욕심이 커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케인이 복귀하기 전 상황을 복기해야 한다. 손흥민이 케인 없이 출전했던 경기는 뉴캐슬전, 레스터시티전, 도르트문트전이었다. 손흥민은 세 경기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다. 사실상 공격을 이끌었다. 케인 대신 출전한 페르난도 요렌테는 돌파, 연계, 슈팅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요렌테는 손흥민을 지원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사실상 모든 공격의 마무리가 손흥민이었던 셈이었다.

손흥민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주 포지션인 왼쪽과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했지만, 사실상 자유로운 역할이었다. 레스터시티전에서 넣었던 골은 후반 추가시간 역습상황이었고, 뉴캐슬 전에서 넣었던 골은 본래 케인이나 델레 알리가 위치한 자리였다. 도르트문트 전 골도 원래는 케인이 뛰는 위치였다.

문제는 손흥민이 스트라이커 역할을 아시안컵부터 수행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시안컵에서는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부여받았다. 약 한 달 반 동안 제 위치에서 뛰지 못했던 셈이다. 케인이 돌아오자 손흥민은 다시 원래 포지션에 적응해야 했다. 부분적으로는 이 점도 최근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토트넘의 왼쪽 라인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무사 뎀벨레가 특유의 탈압박 능력을 보여주며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줬다. 대니 로즈와 밴 데이비스의 오버래핑도 종종 성공해 상대방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하지만 뎀벨레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났고, 대체자인 해리 윙크스는 뎀벨레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니 로즈와 밴 데이비스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케인의 문제만으로 손흥민의 최근 5경기 부진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손흥민은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까. 희망적인 징조가 보인다. 첫 번째, 알리가 돌아왔다. ‘DESK’가 합쳐진 셈이다. 알리는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두 번째, A매치 기간 휴식으로 팀 피로도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선수단 규모는 빅6에서 가장 얇다. 손흥민의 부진이 케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큰 만큼 피로가 풀린 토트넘 선수들은 다시 예전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이 기간에 왼쪽 풀백이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 2위에 올랐다. 토트넘의 왼쪽 라인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팀 피로도도 가장 심각한 시즌이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토트넘을 이끌었고, 2019 런던 풋볼 어워즈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기량을 증명한 셈이다.

잠시 주춤한다고 해서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A매치 기간 재충전해 다시 날아오를 손흥민을 기대해 본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