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린 ‘14개의 다리’…시각장애인·안내견 하프마라톤 완주

입력 2019-03-24 14:58
패넥과 안내견. CNN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사상 최초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CBS 등 현지언론은 시각장애인 토마스 패넥과 안내견 웨슬리, 와플, 거스가 2019 뉴욕 하프마라톤에서 새 역사를 썼다고 보도했다. 패넥과 세 안내견은 2시간 21분 만에 13.1마일(약 21km) 코스를 완주했다. 시각장애인이 사람이 아닌 안내견과 함께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달리는 패넥과 안내견. CBS

달리기 선수였던 패넥은 25년 전 시력을 잃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그는 지난 2017년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에 출연해 “시력을 잃었을 때 너무 무서워서 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한 후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기는 했다. 하지만 인간 가이드와 함께 뛰니 홀로 뛸 때 느끼던 성취감은 사라졌다.

이후 패넥은 안내견 육성 비영리 단체 ‘가이딩 아이즈 포 더 블라인드(Guiding Eyes for the Blind)’를 설립했다. 그 안에서 ‘러닝 가이드(Running Guides)’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이번 하프마라톤에서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24마리의 안내견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12마리는 졸업반에 있다.

패넥과 세 안내견. New York Road Runners 인스타그램

패넥은 이번 하프마라톤 완주 후 ‘안내견들과의 유대감’을 특히 강조했다. 사전에 충분한 훈련과 교감이 있어야 선수와 호흡을 맞춰 가며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만하고 소음이 가득한 데다 지형이 제각각인 다양한 도시에서 달리는 것은 훈련받은 개에게조차 상당한 도전이다. 실제로 패넥과 안내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러 달 동안 거르지 않고 함께 훈련을 해왔다.

패넥은 ‘14개 다리의 팀’이 다른 보행장애인이나 시각인장애인들에게 일어설 수 있는 힘, 한계를 계속 넘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