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추가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특히 북한의 공해상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한국 국적 선박도 포함돼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해운사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북한 체제가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 주식회사와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주식회사다. OFAC에 따르면 다롄 하이보는 북한 업체인 백설무역회사에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로, 금속과 석탄 거래를 통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초 다롄 하이보는 중국 다롄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북한 국적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롄 하이보와 함께 지정된 랴오닝 단싱은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 관리들이 북한 정권에 물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상습적으로 기만책을 써온 것으로 파악됐다.
OFAC는 지난해 2월 발표한 북한 불법 환적 주의보 내용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공해상 불법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67척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선박 중에는 한국 국적의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의 선박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OFAC는 “이 선박들이 제재 대상자의 자산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선박 자체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OFAC는 불법 환적 연루 선박들이 거래 전후 입항한 항구로 중국과 대만, 러시아 항구들과 함께 한국의 부산, 여수, 광양을 포함시켰다.
미국이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