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알려진 관세 철폐와 지식재산권(IP) 문제 뿐 아니라 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CNBC는 무역 협상과 관련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중국은 향후 6년 동안 에너지와 농산물, 항공기 등 최대 1조2000억 달러(약 135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협상 카드를 꺼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1조2000억 달러보다 2, 3배 더 많이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매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분석국이 지난 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8910억 달러(약 1000조원)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상품의 적자도 419억 달러에 달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지난해 4분기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2016년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공약을 지켰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게 CNBC의 분석이다.
다만 중국이 구입할 수 있는 미국 제품의 목록은 많지 않다. 단가가 큰 항공기의 경우 최근 보잉 737맥스 기종 추락 사고로 구입 필요성이 낮아졌다. 반도체와 첨단 기술도 미국 정부가 기밀 유출 등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중국이 수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 마 국제금융연구소 중국 연구 책임자는 CNBC에 “중국이 보잉 제트기를 더 많이 살 수 없고, 민감한 기술과 군사용 제품도 살 수 없다면 ‘쇼핑 리스트’를 늘릴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