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는 또 조현우를 외면할까

입력 2019-03-22 11:00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왼쪽)과 조현우(오른쪽). 뉴시스

벤투호는 지금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 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2일 울산문수구장에서 볼리비아,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A매치 친선경기를 갖는다. 모두 27명의 정예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골키퍼 조현우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뛰어난 선방능력을 보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 연속 골문을 지키며 추후 대표팀의 든든한 수문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주전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의 것이 아니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김승규였다. 부임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했고,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전 경기에 나섰다.

최근 조현우의 흐름은 좋다. 소속팀 대구FC는 새 구장 개막에 힘입어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3경기에서 1승 2무를 기록하며 K리그 3위에 올라섰다. 7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시작이 좋다. 조현우 역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선방능력은 여전하다. 3경기를 치르며 2골만 내주는 데 그쳤다. 대구 수비진이 공격에 비해 약점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기록이다. 소속팀과 본인 모두 상승세를 탄 시점에서 대표팀에 입소했다.

벤투 감독은 유독 김승규를 아꼈다. 일본 J리그에서 단련된 그의 노련한 빌드업과 발밑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김승규는 킥 정확도에서도 조현우보다 장점을 나타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으로 데로온 포르투갈 출신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와 의논 끝에 김승규를 첫 번째 골키퍼로 낙점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조현우가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의 김승규 독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한 대회에 여러 골키퍼를 투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술적인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한번 실전 감각을 이어간 골키퍼를 곧바로 다음 경기에 교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구성윤이 18일 오후 경기 파주시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평가전에서는 달랐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이전까지 치른 A매치에서 세 명의 골키퍼를 모두 기용했다. 두 경기 연속 같은 골키퍼를 출전시키는 일은 없었다. 김승규가 첫 경기를 출전하면, 다음 경기는 다른 두 명의 골키퍼 중 한 명이 출전하는 방식이었다. 김승규를 중용하되 다른 골키퍼들에게도 활약할 기회를 줬다. 조현우가 출전시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대표팀을 떠난 김진현을 대신해 새롭게 3옵션 골키퍼 자리를 차지한 구성윤도 마찬가지다. 비록 벤투호 첫 승선이지만 구성윤에게는 익숙한 축구다. 소속팀 일본 J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그와 비슷한 후방 빌드업 축구를 하고 있다. 구성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내부적인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대표팀으로서 호재다. 균형의 추는 확실하게 김승규에게 기울어져 있다. 이를 중앙으로 맞추는 것은 조현우와 구성윤의 몫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