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대행, ‘친정’ 보잉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감찰

입력 2019-03-21 16:23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전 직장인 보잉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게 됐다. 국방부가 보잉사 전투기 F-15를 구매하도록 섀너핸 대행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보잉 737 맥스 추락사고로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보잉사 간 유착 의혹이 연일 커지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국방부 감찰관실은 20일(현지시간) 섀너핸 대행이 보잉을 띄워주고 경쟁사인 록히드마틴을 깎아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비영리 민간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워싱턴 시민들(CREW)’은 지난 13일 9페이지 분량의 진정서를 국방부 감찰관실에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섀너핸 대행이 보잉사 전투기 F-15X 12대를 구매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미 공군은 F-15X가 중국과 러시아의 첨단 방공망을 상대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섀너핸 대행은 또 F-15X의 경쟁기종인 록히드마틴의 F-35를 깎아내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섀너핸 대행은 F-35를 두고 “엉망진창”이라고 평가했다. 또 “록히드마틴은 일을 할 줄 모른다”면서 “보잉이 훨씬 더 잘 해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진정서는 폴리티코와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섀너핸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으로 입각하기 전까지 30년 동안 보잉사에 재직해왔다. 이 기간 동안 여객기와 미사일방어(MD)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섀너핸 대행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문제로 사퇴하면서 장관 대행을 맡아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대행을 정식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잉사와의 유착 의혹을 두고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후임 인선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와 보잉사 간 유착 의혹은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기종 추락사고 이후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소속 보잉 737맥스가 추락한지 5개월 만에 동일 기종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보잉 737맥스 운항중단 움직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보잉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섀너핸 대행은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보잉 737맥스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나는 이 사건과 관련해 행정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