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남았으면 어쩔 뻔… 볼튼 원더러스 공중분해 위기

입력 2019-03-21 15:30
볼튼 윈더러스 홈구장 마크론 스타디움 전경.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볼튼 원더러스가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1874년 창단해 4차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145년의 역사가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거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청용이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팀이다. 볼튼은 20일 영국 고등법원에 해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볼튼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는 재정 문제다. 2012년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된 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 리그1(3부 리그)까지 추락했다. 3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1년 만에 다시 챔피언십으로 승격했으나 재정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모면하더니 올 시즌 상항은 더 악화했다. 시즌 종료까지 8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잔류 마지노선인 21위 레딩과의 승점 차는 8점. 강등이 유력하다.

볼튼은 강등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구단의 존폐 위기다. 지난달부터 선수와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경찰에 홈경기 안전 경비 등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훈련장까지 폐쇄했다. 볼튼의 재정 상황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난달 17일 볼튼 윈더러스 홈구장에서 펼쳐진 노리치시티와의 잉글랜드 챔피언십 경기. 관중석이 많이 비어있다. 게티이미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새 구단주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달 사이에 익명의 러시아 자본가, 체셔에 본사를 둔 한 컨소시엄과 협상을 했다. 그러나 모두 볼튼이 떠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국 고등법원은 심의를 거쳐 볼튼의 해산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볼튼의 해산절차가 완료되면 소속 선수들은 모두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리면서 구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청용은 잉글랜드 크리스털 팰리스 소속이던 지난해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볼튼으로 향할뻔했다. 당시 볼튼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청용의 임대와 관련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공식 발표하며 그의 영입을 밝혔다.

이적은 막판에 결렬됐다. 팀 동료 바카리 사코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청용의 잔류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이청용은 지난해 여름까지 크리스털 팰리스에 잔류한 후 독일 2부리그 VfL보훔으로 향했다. 사코의 부상이 이청용에게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준 셈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