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한 뒤 유출한 가수 정준영(30)씨 구속 여부가 21일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그가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정씨의 구속 여부 판단에는 도주 우려보다 증거인멸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씨는 2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그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입건됐다.
정씨 구속 여부는 이르면 21일 늦은 밤, 혹은 22일 새벽 결정될 예정이다.
정준영 구속 쟁점은 ‘증거 인멸’
법원은 통상 ▲도주 우려 ▲증거인멸 가능성을 놓고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정씨의 경우 증거인멸이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출국금지 상태이고,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기 때문에 도주 우려는 낮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한 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있다. 2016년 성관계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다. 당시 정씨는 “휴대폰이 고장났다”고 허위 진술을 한 뒤 제출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복구할 수 없다’는 허위 확인서도 제출했다.
다만 그가 이미 주요 증거인 일명 ‘황금폰’을 제출했고,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검·경과 언론에 확보돼 있다. 제출한 물적 증거를 조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원은 물적 증거 인멸 가능성뿐 아니라 사건 관계자들끼리 말을 맞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휴대폰 3대를 임의제출 했다고 하더라도 대화가 오간 상황을 두고 관계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도훈 CRC크라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준영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촬영과 유포 두 가지 죄목이 적용되고 피해자가 여럿일 경우 가중 처벌된다”고 말했다. 오수진 변호사는 “성매매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이 가장 무거운 죄에 2분의 1을 가중하여 처벌한다. 신상 정보가 등록될 수 있다”고 전했다.
2차 가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가 구속되지 않으면 불법촬영 피해 여성과 접촉해 무리한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연예인 전자발찌 2호?… 가능성 낮아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준영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달라’는 식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피해자가 최소 10명인 것은 성도착증 습벽(習癖)이 있는 것으로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형사처벌과 별개로 재범방지 처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관계 불법촬영·유포 외에도 “여성을 강간하자”는 식의 대화를 나눈 정황이 드러난 만큼 전자발찌 부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정씨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전자발찌는 재범을 막는 목적으로 부착하기 때문인데, 그는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16년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관련 전과는 없는 셈이다. 아울러 불법촬영만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은 ▲성폭력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형 집행 종료 이후 10년 이내에 재범한 경우 ▲전자발찌를 찼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 재범한 경우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습벽이 인정된 경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