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김 전 차관의 임명 과정과 부실 수사 의혹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활동 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황 대표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황 대표는 2013년 3월 11일, 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기간이던 2013년 2월 법무부를 비롯해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시기 박근혜정부의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다가 최종 후보에서 제외된 뒤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에 ‘깜짝 발탁’됐다. 하지만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명 일주일 만에 사퇴했다.
황교안의 흔적, 찾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17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당시 김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부실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없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진상조사단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차관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 대표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당시 법무장관에게 보고가 안 됐으면 이상한 것이고, 보고가 됐으면 (당시 법무장관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하다면 국회 청문회나 특검까지 가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황 대표를 겨냥하자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도 일제히 동참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는 자유로운가. 이제라도 추악한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은 “황 대표가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고 어디까지 보고 받았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고, 정의당도 “장관도 명백한 조사 대상이다. 황 대표는 입장을 밝혀라”고 압박했다.
한국당은 “황 대표는 김 전 차관 의혹과 전혀 무관하다”며 “김 전 차관 임용은 청와대 인사검증 결과에 따라 임명됐고, 임명 직후 불거진 추문 의혹으로 본인이 사임한 게 전부”라는 입장을 내놨다.
화질·개수·등장인물, 동영상 존재 자체가 논란
문제의 동영상은 존재 자체가 논란거리다. 당장 동영상의 화질과 개수, 등장인물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증거자료가 누락 논란도 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3만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한 채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는데, 경찰은 범죄와 관련된 자료는 전부 제출했고, 나머지는 절차에 따라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일단 김 전 차관과 관련해 ‘동영상 화질’이 쟁점이다. 당시 국과수는 경찰이 제출한 동영상에 대해 ‘얼굴 식별이 어렵다’고 감정했는데,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 행안위에서 “정확하진 않지만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걸 국과수에 보낸 걸로 생각된다. 여러 동영상을 확보했는데 육안으로도 명확한 건 감정의뢰 없이 동일인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과 관련해 고화질 영상과 저화질 영상이 있는데, 식별이 가능한 고화질 영상은 검찰에 바로 제출했고 식별이 어려운 저화질 영상만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설명 역시 확인하기는 어렵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이 국과수에 동영상 파일을 보냈는데, 어느 지점에선가 동영상의 화질이 낮아져 등장인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저화질 영상이 제출된 경위, 검찰의 고화질 영상 확인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동영상의 존재들도 언급되고 있다. 이 경우 별장 성접대 사건의 등장인물 역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사정기관 관계자는 “당시 논란이 된 동영상을 확인했는데, 사회 유력인사들이 여럿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언론도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별장 관련 성접대 동영상만 모두 11개였다”고 보도했다.
김학의 배후에도 최순실이?
김 전 차관의 임명 배후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상조사단은 최근 박관천 전 경정으로부터 김 전 차관 임명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김 전 차관의 부인이 친분이 있다는 것이다. 박 전 경정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
2016년 11월에도 김 전 차관과 관련해 최씨의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하던 시기인데,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상대로 김 전 차관과 최씨와의 관계를 캐물었다.
박 의원이 “김학의 차관 사건 똑똑히 기억하시죠? 법무부 장관 시절에 있었던 일이니까요”라고 묻자 황 총리는 “그렇습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은 “그때 그 말도 안 되는 동영상 때문에 임명 못했잖아요. 그때 왜 시간 끌었습니까? 결국 김학의 차관의 누나, 최순실 자매와 친분이 있는 그 이유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최씨와 김 전 차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최씨는 최근 관련 보도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완전히 조작된 가짜뉴스”라며 “김학의를 전혀 모르고 그 부인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부인도 최씨와의 친분을 전면 부인했다.
양측의 부인에 대한 박 전 경정의 입장을 물었지만, 박 전 경정은 “공직을 수행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언론에 언급하지는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