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SNS 계정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 팬들 덕이다.
인천은 9일 경남FC와 가진 2019 K리그 2라운드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최근 7경기에서 4무 3패를 거뒀을 정도로 경남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하지만 구단 SNS 계정에서 환호성만 쏟아진 것은 아니다. 인천이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응우옌 콩푸엉이 후반 추가시간에 투입돼 2분여 밖에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하면서다. 이마저 남준재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예상치 못하게 데뷔전을 갖게 됐다. 베트남 팬들은 자국 스타인 콩푸엉을 얼마 보지 못한 점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베트남 팬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욕설 섞인 베트남어로 “도대체 콩푸엉에게 왜 기회를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당장 출전시켜라”며 분노했다. 또 다른 팬은 “콩푸엉은 우리의 스타다. 빨리 모습을 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베트남 팬들의 기대와 다르게 콩푸엉의 출전은 낙관적이지 않다. 인천의 욘 안데르센 감독은 경남과의 경기를 앞두고 “베트남 팬들 100명이 왔다고 해도 감독은 나”라며 “콩푸엉이 베트남, 혹은 유럽이나 한국 선수라도 상관없다. 콩푸엉은 아직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팀에 도움이 될 선수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콩푸엉이 출전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콩푸엉이 교체 카드로서 경쟁력을 가진 사실만은 분명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콩푸엉의 투입 이유에 대해 “전술적 변화 때문”이라며 “이정빈과 콩푸엉 중 한 명을 투입하고자 고민하다 공격 능력이 좋은 콩푸엉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역습 찬스에서 콩푸엉 가지고 있는 공격 재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콩푸엉은 “아직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감독님의 생각에 동감한다”며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K리그 데뷔 소감을 밝혔다.
인천은 콩푸엉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구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베트남인들의 방문이 폭주하고 있으며, 지난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는 1만8541명의 유료 관중수를 기록했다. 2만6000여명의 베트남 팬들이 미승인 인터넷방송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을 정도다. 이에 한국축구연맹은 최근 베트남에서 증가하고 있는 K리그 중계 수요에 대응하고자 인천 경기를 우선으로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에 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남전에서도 수백 명의 베트남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콩푸엉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