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중을 내비쳤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은 대체 불가하다고 8일 밝혔다.
왕 위원은 이날 베이징 양회(兩會)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 관련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며 “양측이 얼굴을 맞대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왕 위원은 “양측이 대화를 계속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졌고 각종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번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이성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양측이 처음부터 너무 높은 문턱을 세우거나 비현실적 요구를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특히 왕 위원은 중국이 비핵화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며 “우리는 20년 넘게 노력해왔으며 중국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포괄적인 로드맵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왕 위원은 중국과 북한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4차례 만났는데, 북·중 수교 70년 이래 전대미문의 기록이며 역사에 수록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양측 우호관계는 생기를 찾았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반길 수 있다”며 “북한 비핵화 문제가 너무 빨리 해결되는 것은 중국 이익의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베이징언어문화대학 황진 교수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북·미 협상 결렬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