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가 정전사태’…마두로 “미국의 공격”

입력 2019-03-08 14:33 수정 2019-03-08 14:55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7일(현지시간) 카라카스 시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극심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이번에는 대규모 정전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지시로 이뤄진 ‘전력 전쟁(electrical war)’”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포함한 15개 주에서 7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정전이 발생해 밤까지 이어졌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열악한 전력 인프라 탓에 최근 정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생한 정전은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국영전력회사(Corpolec) 측은 “국가 정전사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해 “제국주의 국가 미국이 지시한 일종의 전력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최근 며칠간 베네수엘라를 정전으로 몰아넣어 혼란을 일으키려는 극우 세력들의 범죄”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좌파 성향의 마두로 정권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을 자처하면서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카라카스 시내에서 정전 발생으로 전철 운행이 멈추자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있다. AP뉴시스

반면 과이도 의장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마두로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요리를 해야 하는 부모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환자들, 많은 노동자들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빛은 (마두로) 정권이 종말할 때 올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이례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로 큰 불편을 겪었다. 카라카스 시내에서는 전철이 운행을 멈춰 시민들이 몇 시간씩 걸어서 귀가했다. 카라카스 건물 안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는 일도 다수 발생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카라카스 거리는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토마스 카스트로(36)는 “오늘은 정전을 겪고 있지만 내일이면 (또 다시) 빈곤에 빠질 것. 그리고 범죄 행위가 판을 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WP는 “정전은 베네수엘라를 무력감에 빠지게 만드는 많은 문제들 중 하나의 불과하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