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다. 5·18 학살의 가해자로 지목받는 전씨가 광주 한복판에서 무슨 말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지검은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전씨의 변호인이 오는 11일 형사재판에 전씨가 출석한다고 통보해왔다”고 7일 밝혔다.
전씨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와 통화한 결과 오는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형사8단독 부장판사 장동혁) 법정동 201호 대법정 재판에 전씨 출석의사를 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씨 경호팀은 전날 광주지법을 찾아 전씨의 동선 등을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의 출석 의사는 그동안 수차례 거부에 이어 이번 재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영장 집행이나 구속영장 등 강제적 조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 변호인 정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할 것이다. 그동안 출석을 피한 것이 아니라 독감 등으로 출석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1월 “피고인(전 씨)의 불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3월11일로 재판을 다시 연기했다. 이와 함께 3월11일 재판 당일까지 효력을 가진 구인영장을 즉각 발부했다. 인치 장소는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대법정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 ‘5·18 당시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 조신부는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적었다.
이에 반발한 광주지역 5월 단체와 조신부 유가족은 회고록 출판 직후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해 5월 전씨를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전씨는 기소 이후 5월과 7월 10월 올해 1월까지 수차례 연기 요청과 관할지 다툼을 벌이며 재판을 거부해왔다. 이중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지난해 7월 공판준비기일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광주지법은 전씨의 출석통보에 따라 보안검색대를 설치하고 법정 보안관리 대원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법정 질서유지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경찰 기동대를 법정과 외곽에 배치해 줄 것도 경찰에 요청했다.
전씨의 재판은 방청권을 가진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질서유지를 위해 입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참관인원을 총 103석(우선배정 38석, 추첨 배정 65석)으로 제한했다.
향후 전씨 재판의 쟁점은 5·18 당시 헬기사격 여부와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고의로 허위 사실을 포함시켰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단체와 유족 측은 “‘국방부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국방부 특조위)’에서 육군이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광주 시민을 향해 사격을 한 사실이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씨의 측근과 법률대리인 등은 그동안 “5월 단체나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헬기기총소사는 당시 계엄사가 아닌 보안사 소속으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조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겨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사탄’은 피터슨 목사에게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국회청문회 등을 거쳐 1995년 12월 처음 형사재판에 기소된 전씨는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확정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추징금 2205억원)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다가 1997년 12월 특별사면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