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뚜벅이로 여행하면
자주 마주치는 동물이 있어요.
자유롭게 뛰고, 쉬고, 잠드는 댕댕이를 보면
그 자체가 사랑스럽죠.
보호자가 없는 댕댕이는 목줄이 낡고 해지고,
목걸이도 없고,
슬픈 얼굴로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냥 돌아서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귤 농장 문 앞을 지킨다는 이 댕댕이는
마치 언제나 함께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친근하게 다가왔데요.
농장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는 이 댕댕이처럼 다시 다가갈 용기가 있는가?’
의식적으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하지만
깊은 내면 무의식중에는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지요.(에히리프롬)
이 사진을 볼 때면
사랑(존중, 배려, 이해, 친절, 공감, 돌봄….)하기를
주저하는 나를 봅니다.
온전한 자립을 꿈꾸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사랑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랑
이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