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도권에선 4일까지 나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초치가 내려졌다.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게 상책이지만 그렇다고 실내에 머무른다고 괜찮을까.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공기 질 관리가 잘 되어있는 실내는 상관이 없으나 지하철, 건물의 출입구 근처 등 외부 공기의 유입이 많고 출입이 빈번한 곳은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아 특히 관심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공기오염으로 질병이 발생해 조기에 사망하는 환자는 약 38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380만명의 사망자 중 약 55%가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호흡기질환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4일 “집 안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도 작은 그을음 입자 등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면서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실내 연기 속 미세먼지가 하루 허용 수준보다 100배 이상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일당 미세먼지 허용기준치는 35㎍/㎥다.
조리 시 미세먼지 발생 외에도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침구류에 많은 먼지‧진드기‧곰팡이 등 다양한 오염 원인이 존재해 환기되지 않는 실내 공기는 실외 공기만큼 건강에 좋지 않다.
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에 쉽게 증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은 장시간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1128㎍/㎥까지 올라가며 생선구이 조리시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때 33㎍/㎥에서 447㎍/㎥으로 올라 실내 공기 오염 수준을 다 합치면 10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또 지하철역이나 버스 안에 들어서면 실외가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해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 안과 열차, 버스 안에서도 미세먼지를 주의해야 한다.
요즘에는 역마다 스크린도어가 있어 공기 질이 개선되는 추세지만 강한 열차풍에 의해 이끌려온 터널 안의 미세먼지가 출입문이 열릴 때 올라와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열차와 버스 안에서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사람들의 옷이다. 의류와 섬유제품들에 붙어 있다가 날아다니게 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 공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환기는 하루 2번, 한번에 30분 정도는 해야 한다. 그래야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단,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창문을 열고 환기할 수 없으므로 차선책으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공기청정기가 없는 경우에는 분무기를 뿌려 공중에 떠 다니는 미세먼지를 바닥에 가라앉히고 물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음식을 조리 할 때는 반드시 후드를 작동시켜 조리 할 때 발생하는 연기 등을 밖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외출 하고 돌아오면 문 밖에서 옷을 잘 털고 들어오고, 요즘 유행하는 의류 청정기 등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주로 호흡기를 통해서 체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미세먼지용 방진 마스크 착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마스크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인 KF 인증을 받은 제품을 써야 효과가 있다. 또 외출에서 돌아오면 샤워를 통해 머리카락이나 옷 등 몸에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 또 목 안이 건조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하루 1.5~2ℓ 정도의 양을 마시는 것이 좋다.
머리카락의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막과 기관지, 피부 등 몸속 어디든 침투해 전신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 특히 직접 공기와 접촉하는 호흡기는 그 피해가 매우 크다.
폐로 침투한 미세먼지는 기관지 점막에 달라붙으면서 손상시켜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천식이나 COPD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은 폐의 컨디션이 중요한데, 미세먼지가 폐에 쌓이면 급성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갑자기 숨이 차고 산소 부족으로 위험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천식 환자와 COPD 환자의 병원 방문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