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가 모처럼 웃었다… 달라진 조르지뉴-이과인

입력 2019-03-04 14:54 수정 2019-03-04 15:25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이 3일(한국시간) 풀럼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사령탑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모처럼 웃었다. 자신이 직접 데려온 애제자 두 명이 모두 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가 끝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멈추질 않았다. 조르지뉴와 곤잘로 이과인이 그 주인공이다.

첼시는 3일(한국시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에서 풀럼을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5위 아스널(승점 57)을 1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8)와의 차이는 2점. 이들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 팀 중엔 4위 쟁탈전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셈이다.

풀럼전은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줬다. 사리 감독이 직접 영입해온 조르지뉴와 이과인이 모처럼 득점을 터뜨렸다. 사리 감독은 첼시 지휘봉을 잡자마자 이들과 재회하기 위해 꾸준히 구단 측에 영입을 어필했다. 그 결과 조르지뉴와 이과인을 지난여름 이적시장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차례로 데려올 수 있었다. 조르지뉴는 사리 감독과 다시 함께하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이적까지 포기했다. 이들이 그간의 부진한 흐름을 깨고 모처럼 활약하며 사리 감독 역시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첼시 미드필더 조르지뉴가 3일(한국시간) 풀럼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특히 조르지뉴의 활약은 훌륭했다. 특유의 스루패스가 잘 통하며 전방으로 직접적인 볼 운반까지 수차례 성공시켰다. 과거 이탈리아 나폴리 시절 함께 했던 만큼 이과인과 조르지뉴의 호흡은 이날 경기 최고의 백미였다. 이과인은 최전방에만 고정돼있지 않고 수시로 스위칭 플레이를 하며 조르지뉴로부터 직접 패스를 받기도 했다.

이날 첼시의 슛 중 조르지뉴의 패스가 시발점이 됐던 것이 3회였다. 조르지뉴의 골에서 이과인과 호흡이 돋보였다. 날카로운 수비로 상대로부터 공을 빼앗아 이과인에게 건넸고, 이를 에당 아자르가 이어받아 전진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유인했다. 조르지뉴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전방에 빠르게 침투해 있다 아자르가 내준 볼을 논스톱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했다. 자신을 압박하는 대인마크 수비가 없다면 조르지뉴가 얼마나 위협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잘 나타났던 경기였다.

최근 ‘사리볼’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철학을 꺾고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리볼’은 짧은 패스를 통해 많은 볼 소유를 하고 수비 시에는 높은 라인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사리 감독 특유의 전술을 뜻한다. 하지만 이날 첼시는 평소 스타일과 달리 수비적으로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펼쳤다. 최근 항명 사태로 물의를 불러일으켰던 케파 아리사발라가도 선발에 복귀해 준수한 선방을 보여줬다.

사리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승리의 열쇠가 된 조르지뉴에게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항상 말했지만 조르지뉴는 위대한 선수다. 해당 포지션에서만큼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며 “새로운 팀에서의 데뷔 시즌은 쉽지 않다. 오늘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잘해줬다”며 웃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