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의 교체카드, 과연 옳았을까…“교체 똑바로 해” 비판 쇄도

입력 2019-03-04 13:46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4일(한국시간) 에버튼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축구에서 교체카드 한 장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백업 요원이 부여받는 임무는 전혀 다르다. 그라운드 안 시스템에 변화를 줄 때도, 예상치 못한 변수에 플랜 B를 가동할 때도 모두 교체카드를 활용한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교체카드로 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교체카드 활용은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모든 것이 결과로 대변되는 것이 축구인 만큼, 자신이 활용한 교체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 그에 따른 비판도 감당해야 한다. 4일(한국시간) 새벽 펼쳐졌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과 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위르겐 클롭 감독이 그랬다.

리버풀은 이날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실속은 없었다. 상대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활약도 있었지만 번번이 문전에서 골을 결정짓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에버튼의 끈끈한 조직적인 수비 앞에 다소 답답한 공격만 반복됐다. 리버풀은 지지 않는 경기가 아니라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 승리해야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71)를 누르고 그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승부가 가져다주는 승점 1점은 치열한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의미했다.

상대에게 득점 경로가 차단당하며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상황. 승리를 위해 무언가 전술적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클롭 감독은 세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후반 18분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대신 제임스 밀너를 투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디보크 오리기 대신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사디오 마네 대신 아담 랄라나까지 교체 출전시켰다. 체력적으로 지친 바이날둠을 빼줌과 동시에 양 사이드 풀백에게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지시할 계산이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윙백들의 과도한 전진으로 발생하는 수비적인 뒷공간 리스크를 밀너에게 감당시키는 방식이다. 상대가 페널티박스 내에서 단단한 지역방어에 치중하는 만큼 공격적인 카드보다는 미드필더 자원을 늘려 효과적인 볼 소유에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제르단 샤키리와 나비 케이타 등 다른 교체 요원들은 그대로 벤치에 앉아 남게 됐다. 결과적으로 클롭 감독이 투입한 백업 요원들은 득점 기록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채 고개를 숙였다. 밀너는 번번이 불안정한 터치를 보이며 몸이 아주 무거운 모습이었고, 랄라나 역시 중요한 상황에서 수차례 패스 실수를 범했다. 그나마 피르미누가 이들보다는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지만 부상에서 갓 복귀한 터라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4일(한국시간) 에버튼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경기가 끝난 후 클롭 감독을 향해 교체 활용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제르단 샤키리와 다니엘 스터리지 같은 공격적인 자원을 왜 포기했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벤치에 머물렀던 샤키리가 최전방과 좌·우측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슛을 할 수 있는 자원인 만큼 그의 결장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로 활약했던 제이미 캐러거는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창조성을 불어넣어 줄 선수가 없었다”라며 “랄라나를 투입했을 때 미드필더로 쓰지 않고 공격수로 쓴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피르미누도 10번 위치에 두는 게 좋았을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클롭은 자신의 교체카드 활용을 향한 비판에 정면으로 맞섰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자 굳은 표정으로 “실전 경기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아니다. 공격수를 더 투입한다고 득점이 나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런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없다. 다음 상대는 번리인데, 우리가 공격에만 치중하면 반드시 역습에 당하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공격적인 카드 대신 볼 소유를 통한 지공 상황에 집중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기다.

리버풀은 끝내 득점을 터뜨리지 못하며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7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며 험로를 예고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