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우승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리버풀은 4일(한국시간) 새벽 1시 15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승리했으면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71)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추월에 실패해 승점 70점으로 2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우승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가 이제 내려앉았다.
아직은 승점 한 점 차다. 순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런데도 불안감이 감도는 이유는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팬들의 애증으로 남은 루이스 수아레스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활약하던 2013-2014 시즌과 2008-2009 시즌, 일정의 절반가량 선두자리를 지키고도 막판 뒷심이 부족해 결국 우승컵을 놓쳤다. 29라운드에서 승점 70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리버풀의 가장 좋은 성적이지만 맨시티 역시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에선 출범 이후 승점 90점대의 준우승팀이 나온 전례는 없다. 9경기를 남겨둔 두 팀 모두 산술적으로 27점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맨시티는 승점 98점, 리버풀은 97점에 이른다. 리버풀은 현재까지 단 1패를 내주는 데 그쳤다. 현재의 순위가 억울한 이유는 그래서다.
최근 리버풀의 문제점은 주포인 모하메드 살라의 결정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인 주력을 활용한 뒷공간 침투는 여전하지만 발끝의 감각이 떨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퍼스트 터치도 불안해졌다. 리버풀의 스리톱에서 연계에 집중하며 공격의 꼭짓점 역할을 해주는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이탈한 탓도 컸지만, 살라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살라가 침묵했던 최근 3경기에서 리버풀은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5경기로 범위를 넓혀봐도 2승 3무의 불안한 성적이다. 반면 우승 경쟁을 펼치는 맨시티는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살라가 힘을 내야 리버풀이 선두 추격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날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세를 퍼부었으나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에버튼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놀라운 선방도 있었지만, 수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날리며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살라는 전반 28분 골키퍼와 맞섰지만 선방에 막혔고, 후반 10분에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살라가 3경기 연속 득점을 터뜨리지 못한 것은 리버풀에 입단한 후 최초의 일이다.
버질 반다이크가 이끄는 수비 뒷공간은 여전히 강하다. 반다이크는 막강한 대인 수비 능력을 자랑하며 리버풀 후방 빌드업의 중심에 서 있다. 수비진용 조율뿐 아니라 라인을 끌어올리는 공격상황에서 패스의 꼭짓점 역할도 한다. 반다이크의 활약상은 기록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9경기를 치르며 단 15골을 내주는 데 그쳤다. 수치로 환산하면 한 경기당 0.5골을 내준 셈이다. 공격진만 매서움을 갖추면 된다는 얘기다. 리버풀의 주 득점 경로가 양 측면에 집중돼 있는 만큼 살라와 사디오 마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팬들의 불안감을 달랬다. 경기가 끝난 후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3월 초부터 1위가 되고 싶어하는 팀이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물론 그것도 괜찮겠지만 어차피 경기는 많이 남았다. 추격자 입장이 된 것이 더 편하다”고 웃음 지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