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첫 만찬 테이블에 올라온 ‘슈퍼 심플’ 메뉴는 북한식과 미국식 음식이 세심한 조화를 이뤘다. 당초 다섯 코스에 걸쳐 나올 것이라고 알려졌던 것에 비해서는 간소했지만 배속김치 등은 세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도 탁월한 메뉴 선정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두 정상의 만찬에 등장한 북한식 ‘배속김치’에 대해 자신이 경험했던 일화를 꺼냈다.
탁 위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찬 기사를 보았다”면서 “만찬 메뉴 중에 ‘배속김치’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고 말했다.
자신이 북한에서 경험했던 일도 꺼냈다.
그는 “배속김치는 배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백김치를 말아 넣은 것”이라며 “처음 평양을 갔을 때 그 달고 시원한 맛에 반해 대체 어떻게 담그는 것인지 현송월 단장에게 물었는데 백김치를 담그고 배 속에 넣어 내는 방법도 있고 아예 배와 함께 담그는 방법도 있고 여러 가지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속김치는 이미 몇 차례 북측 주최의 만찬에서 호평을 받았던 음식이니 북측이 특별히 준비해서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전통 음식인 배속김치는 남북 정상회담 등이 있을 때 메뉴로 올라온 바 있다.
그는 “작년 옥류관 냉면 열풍이 불었었는데 이 배속김치도 그만큼 화제가 될 것”이라며 “북측도 평양식뿐 아니라 개성식, 신의주식 여러 스타일의 음식이 꽤 있으니, 요식업이나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는 분들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재치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탁 위원은 “앞으로 남북경협은 제조업뿐 아니라 문화 경협, 생활경협이 되었으면 싶다”고도 했다.
탁 위원은 국가 정상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식사와 메뉴 선정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만찬의 메뉴가 정상들의 기호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실은 어떤 정상 간의 만찬도 정말 편하게 밥 먹는 자리는 아니기에 아무래도 기호보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놓고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에 맞추어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360년된 씨간장 소스로 만든 갈비구이와 독도새우를 준비했던 적이 있다. 둘 다 만찬 메뉴를 이용한 스토리 텔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모쪼록 이번 북미회담이 음식만큼이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