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시간 일정 1개…김정은의 2201호 핵담판 ‘작전회의’

입력 2019-02-27 16:56 수정 2019-02-27 17:38


‘66시간 열차행군’으로 중국을 관통하며 베트남에 입성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 도착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가 27일 오후까지 이틀간 숙소인 멜리아 호텔 밖을 나선 것은 전날 오후 차로 약 4~5분 거리에 있는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1시간가량 방문한 게 유일하다.

김 위원장이 27일 오후 북한이 지원해 설립한 베트남-북한 우정 유치원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전 준비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식사도 호텔 안에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날 오전 노동당 부위원장인 리수용 국제부장과 오수용 경제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은 하롱베이와 하이퐁 산업단지를 둘러봤다. 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 방문을 위한 답사인지, 별도의 시찰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2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부터 약 2시간동안 진행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만나는 두 정상은 이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0분간의 짧은 단독 정상회담과 ‘친교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실무협상 단계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북한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완화 간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두 정상 간 단독 회담과 이어질 친교 만찬은 기선제압을 위한 탐색전이자 1박2일간 ‘핵담판’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한 뒤 곧바로 멜리아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원탁 테이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에게 지시를 하고, 네 사람은 김 위원장의 지시사항을 받아적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멜리아호텔 22층의 최고급 스위트룸 2201호에 묵는 것으로 파악됐다. 약 50평 규모의 스위트룸은 침실 외에도 회의실과 응접실을 갖췄고, 대형 벽걸이TV와 간단한 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은 19~21층에 각각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진에는 정상회담 배석이 유력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부위원장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비밀 회동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호텔 내부 회의 모습을 이례적으로 보도한 것은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