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27일, 전당대회장인 일산 킨텍스는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제1야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자리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부·여당도 화환을 보내 축하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대통령 화환으로부터 열 발자국 정도 걸어가면 ‘문재인 탄핵’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진 선거용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교 ‘문재인 탄핵 국민운동본부’ 대표의 것이다.
김 대표는 본선 경기가 열린 이날도 평소처럼 ‘문재인 탄핵’을 주장했다. “문재인은 물러나라”는 로고송과 함께 연설을 시작한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의 애칭인 ‘달’을 언급하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 자체를 봐달라. 달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달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또 “오직 김정은을 찬양하는 북한처럼 돼야 비로소 정신을 차릴 것이냐”며 “우리 국민의 자유와 존엄성을 말살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음모에 맞서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말 논란을 의식한 듯 ”젊은 혈기에 약간의 실수들이 있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했지만 “찢어지고 부러질지언정 한 인간으로서 마지막 존엄성과 자존심마저 포기하긴 싫다. 그래서 이렇게 싸우는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정도를 벗어난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전 합동연설회에서는 “표를 몰아주면, 문재인 정부를 바로 탄핵시켜버리겠다”고 했고, 대구 연설회에서는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을 배신한 반역자를 몰아내고 다시는 반역을 꿈꾸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정제되지 않은 강성 발언이 전당대회장에 쏟아지면서 ‘막말 전대’, ‘한국당 극우화’란 비판이 일자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무성 의원도 “한국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지도부 입성 여부는 오후 7시쯤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는 4명으로 신보라 의원,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 이근열 전 한국당 군산시장 후보 등이다. 당초 현역 의원인 신 의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 대표가 막말 논란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선거 구도가 복잡해지게 됐다.
당내 극우 층으로 대변되는 태극기 세력의 표심도 큰 변수다. 상당수의 태극기 세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당선 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당내 극우화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