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 발목 부상으로 3월 초까지 결장이 불가피했던 해리 케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하면서다. 케인의 부상 기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며 팀의 전승을 이끌었던 요렌테는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케인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번리 원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갓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교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선발 출전해 풀타임 소화했다.
활약도 훌륭했다. 하프라인 윗선에서 2선과 최전방을 오가며 잔뜩 내려앉은 번리의 수비조직을 깨뜨리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41일간의 휴식이 무색할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0-1 상황에서 만회 골까지 기록했다. 비록 팀은 후반 39분 애슐리 반스에 결승 골을 허용해 1-2로 패배했으나 케인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이날 케인의 안정적인 활약으로 요렌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요렌테는 그간 철저한 케인의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다. 지난달 케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0대 1패)에서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시간은 단 27분. 그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정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주로 카라바오컵(리그컵),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비중이 낮은 대회서만 케인의 체력 안배를 위해 기회를 받았다. 간 자신을 외면했던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클 법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려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제대로 된 기회를 받은 것은 케인이 전력에서 이탈한 후였다. 출전했던 최근 6경기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을 리그에서 전승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손흥민과의 호흡은 훌륭했다. 최전방에서 높이 싸움을 해주며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요렌테가 만들어낸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손흥민이 해결하는 방식은 최근 토트넘이 가진 강력한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요렌테 스스로 지난 9일 구단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과 서로를 보완해주며 좋은 역학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제 막 날아오르려던 참에 케인이 돌아왔다. 케인 원톱을 기반으로 한 4-2-3-1, 3-4-2-1 등의 포메이션은 포체티노 감독이 즐겨 쓰는 전술이다. 그만큼 케인의 입지는 토트넘 내에서 절대적이다. 손흥민이나 요렌테의 원톱은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케인은 본인 스스로 득점왕에 대한 욕심을 이야기할 만큼 경기에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선수다. 그간 요렌테가 교체로나마 리그에 나서기 어려웠던 이유였다.
요렌테는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최근 안정적인 활약으로 팀을 구해낸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는 이제 포체티노 감독의 추후 선택에 달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