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첼시 선수단의 태업, 항명 의혹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비판받고 있다. 주장 역할을 다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아스필리쿠에타는 2012년부터 7년째 첼시에 몸담아온 고참 선수로서 게리 케이힐을 대신해 주장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첼시는 25일(이하 한국시간) 2018-2019 잉글랜드 풋볼리그컵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패했다. 연장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130여분의 혈투였다. 이날 첼시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으나 룰렛과 같은 승부차기에서 승리의 여신은 맨시티의 손을 들어줬다.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경기적인 요소보다 내상이 더 뼈아팠다.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사상 초유의 항명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케파는 이날 백업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와 교체하라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의 지시를 거부했다. 앞서 첼시를 거쳐 갔던 ‘레전드’들은 케파의 행위에 대해 분노했고, 현지 매체들과 팬들 역시 케파를 비난하고 있다. 그의 편은 없다. 오히려 초유의 항명 사태 피해자가 된 사리 감독에게 동정론이 일고 있다. 예정됐던 사리 감독의 경질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아스필리쿠에타의 태도였다. 주장으로서 흐트러진 선수단 분위기를 다독이며 상황에 대처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태도는 ‘방관’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케파의 항명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해 할 말이 없다. 경기장 반대편에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같은 스페인 출신인 케파와 페드로 로드리게스, 마르코스 알론소와 끈끈한 결속력을 맺고 있다. 케파가 맨시티의 세 번째 키커 르노이 사네의 승부차기 킥을 막았을 때도 가장 먼저 달려와 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영국의 한 매체는 아스필리쿠에타 같은 스페인 선수들이 케파를 지지하고 있어 사리 감독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아스필리쿠에타는 결승전 연장 추가시간이 끝난 후 사리 감독과 전술적인 이유로 충돌하며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아스널전(0대 2패) 이후 사리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부여 상태를 지적하자 반항한 경험도 있다. 이와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근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들 대부분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경질을 당하거나 자진 사임을 종용받았다. 주제 무리뉴는 4년을 연장해 계약한 지 반년 만에 시즌 중 경질됐다. 전임 감독인 안토니오 콘테 역시 계약 기간보다 1년 앞서 팀을 떠났다. 사리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선수들과 충돌하며 경질 위기에 놓였다.
정신적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것은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다. 아스필리쿠에타는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에서 주장으로서 제 몫을 다해내지 못했다. 그 역시 현재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