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도 막지 못한 상상의 동물

입력 2019-02-01 08:00
그리핀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드림팀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 아니면 신화 속 동물은 그저 차원이 다른 걸까. 이 미스테리한 영물은 한계를 모르고 한없이 비상하고 있다.

‘어나더 레벨’ 그리핀은 3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1라운드에서 SK텔레콤 T1을 2대 0으로 완파했다.

‘파워랭킹 1위’와 ‘드림팀’의 대결로 이목을 끈 빅 매치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승부는 싱거웠다. 이날 승리로 무실세트 전승 행진을 이어간 그리핀은 5승 무패 세트 득실 +10을 기록하며 선두로 우뚝 섰다. SKT는 3승 2패로 불안한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날 그리핀은 모든 걸 보여줬다. 상대가 공격적인 전술을 꺼낼 때는 운용의 묘를 십분 발휘하며 받아쳤고, 반대로 공격적인 챔피언을 골랐을 때는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이른 시간 승부를 결정지었다.

1세트에서 그리핀이 데스, 타워 철거를 허용하지 않은 완승을 거뒀다. 초반 힘을 꽉 준 건 SKT다. 우르곳(탑)-라이즈(미드)-올라프(정글) 조합으로 초반에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리핀은 저돌적인 공격을 무던히 흘려보내며 승리 공식을 차근해 써 내려갔다. 오히려 ‘소드’ 최성원이 사이온을 골라 ‘칸’ 김동하의 우르곳을 압도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라이즈와 ‘클리드’ 김태민의 올라프는 원했던 그림대로 상황을 만들지 못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그리핀의 편이었다. 그리핀의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SKT가 타이밍을 잡고 파고들 때는 깔끔하게 회피했고, 킬 견적이 나면 어김없이 득점에 성공했다. 가장 빛난 건 역시 최성원의 사이온이다. 라인전에서부터 합류전, 대규모 교전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SKT가 화염 드래곤 스택을 잇달아 쌓으며 반전을 노렸지만, 종국엔 그리핀의 벽을 확인했다. 37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라이엇 게임즈

2세트에서 그리핀이 보란 듯이 공격적인 챔피언을 골랐다. 제이스, 녹턴, 갈리오, 루시안, 브라움… 모두 ‘인 파이터’ 챔피언이다. 마치 1세트에서 SKT가 해내지 못한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핀의 폭력적인 경기력이 2세트에서 나왔다. 그리핀은 모든 라인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킬을 따냈다. SKT는 의외의 타이밍에 계속해서 킬을 허용하며 일찍이 기세에서 눌렸다.

SKT의 이날 첫 킬이 2세트 13분에 비로소 나왔다. 탑 라인 4대2 전투에서 그리핀의 서포터 브라움에 모든 스킬을 쏟으며 킬 포인트를 올렸다. 그러나 직후 반격 상황에서 그리핀이 3데스로 갚았다. 이후에도 SKT가 받아치는 과정에서 3킬을 추가했지만 끝내 타워는 하나도 철거하지 못했다.

2세트 중반부터 ‘그리핀 타임’이 시작됐다. 그리핀은 유리한 와중에도 느슨하게 플레이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격렬하게 몰아치며 SKT를 넥서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경기는 29분 만에 끝났다.

그리핀 주장 ‘소드’ 최성원은 경기 후 “1세트에서는 양 팀이 잘해서 킬이 안 나왔다. 비등하게 가다가 한타에서 승부가 갈렸다. 저희가 한타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잘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다. 원래 하던 대로 했고, 결과가 좋았다. 다만 팀적인 부분이 조금씩 다듬어지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리핀의 다음 상대는 1위 경쟁 중인 샌드박스다. 만약 샌드박스마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압한다면 그리핀의 ‘어나더 레벨’ 평가는 더 이견이 없게 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