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산체스(31)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임시감독 체제에서 4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아스널과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선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선제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스널은 산체스에게 실점을 당한 직후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조기에 컵 대회를 마감하고 말았다.
산체스는 전술적인 문제로 전임감독인 주제 무리뉴와 마찰을 겪어왔다. 무리뉴 감독이 수비 밸런스를 위해 산체스의 활동 범위를 왼쪽으로 제한하자 그의 공격적 재능이 드러날 기회가 줄었다. 아스널에선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사실상 프리롤 형태로 움직였지만 맨유는 상황이 달랐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단조로운 패턴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곧바로 읽혔다. 결국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주급 50만 파운드(약 7억3235억원)라는 거액이 부진을 부각시켰다. 무리뉴 체제에서 맨유의 부진한 성적과 맞물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심리적 부담감이 쌓이다 보니 자신감은 떨어졌고 결국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장기 이탈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솔샤르는 다르다. 부임 직후 측면공격에 힘을 실으며 빠른 템포의 공격축구로 팀을 변모시켰다. 무엇보다 산체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전진압박을 한 전술적 선택이 적중했다. 폴 포그바와 마커스 래쉬포드는 물론 로멜루 루카쿠까지 득점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공격력을 완벽히 되찾았다는 평가다. 발 빠른 맨유의 스리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역동적인 공격을 펼친다. 공격진이 안정감을 찾다 보니 후방 빌드업 역시 수비적인 리스크가 적어졌다.
아직까진 솔샤르가 산체스를 팀의 중핵으로 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제시 린가드가 주요 경기마다 중용되며 팀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2선에서의 처진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를 오가며 동료들과의 연계에 집중한다.
이미 2선 공격진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산체스만 과거와 같은 기량을 발휘한다면 맨유로선 천군만마와 같다. 팀의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다. 30일 번리전에서 2대 2 무승부를 거두며 연승행진이 끊기긴 했지만 4위 아스널을 승점 2점 차로 추격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이제 더 이상 맨유에 꿈이 아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