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요렌테, 위기 속 토트넘 구한 그들의 조합

입력 2019-01-31 11:25 수정 2019-01-31 12:34
손흥민이 31일(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AP뉴시스

토트넘이 자랑하던 ‘DESK 라인’은 붕괴됐다.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은 발목을, 델레 알리는 햄스트링을 다쳤다. 이들은 최소 3월 초까지 출전할 수 없다. 위기 속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과 페르난도 요렌테의 투톱이었다.

토트넘은 3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최전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손흥민과 요렌테가 나란히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일정으로 체력 누수가 염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리그 9호 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포체티노 감독은 가동 가능한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켰다. 3-4-3 포메이션으로 손흥민과 요렌테,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공격을 이끌었고 대니 로즈와 무사 시소코, 해리 윙크스와 서지 오리에가 뒤를 받쳤다. 에릭센은 스리톱의 일원으로 나섰으나 곧바로 2선으로 내려와 상대 수비를 끌어내며 손흥민과 요렌테에게 공간을 내주는 데 집중했다.

이번 시즌 처음 선보이는 투톱 조합이었다. 요렌테가 경기에 나설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렌테는 케인 부상 이전까지 리그 5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철저한 백업으로 활약했다. 출전한 5경기마저도 대부분 교체 투입돼 총 출전시간은 27분에 불과했다. 주로 카라바오컵(리그컵),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비중이 낮은 대회에서만 케인의 체력 안배를 위해 기회를 받았다.

손흥민이 31일(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득점포를 터뜨린 후 페르난도 요렌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 부상 이후 요렌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리톱을 즐겨 쓰고 있다.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제공권에 장점이 있는 요렌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책이다. 토트넘의 스리톱은 선수들 간 간격이 상당히 좁은 편이다. 공격 상황 시 측면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진을 전방 압박하는 가운데 요렌테가 페널티박스 내에서 몸싸움을 펼친다.

루카스 모우라가 요렌테의 파트너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팀적인 연계보다는 개인 드리블 능력으로 직접 치고 들어가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알리까지 없는 상황에서 모우라와 요렌테의 조합은 수비 리스크를 가중하는 부담이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자비 가르시아 감독이 포백 두 줄 수비로 공간을 축소하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모우라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측면 공격의 기동력을 강화하고자 할 목적이었는데, 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꺼내 들기 어려운 수였다.

힘겨운 승리였으나 이날 손흥민과 요렌테의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케인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동안에는 이들의 공격조합을 자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왓포드를 상대로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자신감도 차올랐다.

쉬어갈 시간은 없다. 토트넘은 곧바로 오는 2월 2일 뉴캐슬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2위 맨체스터 시티가 지난 30일 뉴캐슬전에서 패하며 승점 차를 2점으로 좁혔다. 추격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팀의 공격을 책임지게 될 손흥민과 요렌테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