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국군의 역할을 알리고자 개설된 ‘어린이 국방부’ 사이트에 여성 혐오 문구 등 부적절한 콘텐츠와 게시물이 범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YTN 보도에 따르면 어린이 국방부 사이트 내에 여성 혐오, 욕설, 퇴폐성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이른 바 ‘두더지 게임’의 한 장면에는 ‘가스나 잡히면 다리몽댕이를…’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가스나는 계집아이의 방언으로,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로 알려졌다. 이리저리 재빠르게 도망다니는 두더지의 머리를 방망이로 내리쳐 잡아야하는 게임에서 두더지의 성별을 여성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어린이 만화에는 ‘된장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대중문화사전에 따르면 된장녀는 웬만한 한 끼 밥 값에 해당하는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해외 명품 소비를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기에 부모나 상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소비 활동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해 일컫는 말이다. 해당 만화에서는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불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 취지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콘텐츠도 다수 있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여자친구에게 모텔에 가자며 꼬시는 장면이 만화에 등장하는 가하면 여성과 키스를 나누던 남성이 욕설을 내뱉는 모습 역시 여과 없이 노출됐다.
홈페이지 내 콘텐츠가 이렇다 보니 성인 이용자에게 이 곳은 조롱의 공간이 됐다. 게시판에는 헌팅하는 방법이나 성관계와 관련한 저급한 은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관리자는 없는 듯 보였다.
특히 문제를 푼 뒤 상장을 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의 경우 학교별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야동초등학교’가 1위였다. 실제 존재하는 학교이긴 하지만 이용자들이 장난·조롱하려는 의도로 이 초등학교의 이름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방부 측은 “어린이 홈페이지라 콘텐츠가 부족해 늘 보지는 않고 있었다. 고쳐야 하는 부분이 맞다”며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할 뜻을 내비쳤다. 취재가 시작된 후 국방부는 문제의 콘텐츠 대다수를 삭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