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성문화 바로잡는 계기돼야’ 복귀 아닌 자숙을 말할 때

입력 2019-01-29 08:55 수정 2019-01-29 08:56

체육계는 지금 관행화된 ‘성폭력’과 전쟁 중이다.

쇼트트랙 간판선수인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데 이어 전 유도선수 신유용이 유도선수로 활동할 당시 코치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이어 성폭력 방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회 전체가 체육계에 만연해 있는 비뚤어진 성문화에 질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키움 히어로즈 박동원과 조상우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혐의를 벗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두 선수가 언제쯤 그라운드에 복귀할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심지어 KB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방향성이 틀렸다. 법적 책임 유무를 떠나 박동원과 조상우는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규정을 보면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도박, 도핑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두 선수는 개인의 공간이 아닌 선수단 숙소에 여성을 데려왔고, 합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성관계까진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야구 스타라는 지위가 어떤 식으로든 이용됐다. 감춰져 있던 프로야구계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프로야구계의 명예를 추락시켰다.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

KBO가 지난해 5월 사건 발생 당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법적 책임 유무를 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 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처분 등을 내리도록 야구규약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두 선수가 대응에 나설 게 아니라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징계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올바르다. KBO도 이번 사안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체육계 전체에 만연해 있는 비뚤어진 성 문화를 바꾸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추가 출장정지 등 제재를 내리지 않고 넘어간다면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될 게 뻔하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 또한 지난해 안우진 폭력 사태 대응에서 드러났듯, 성적에 급급해 조기에 선수를 1군에 불러올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KBO와는 별도로 자체 징계 방침을 밝힌 것은 현명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지금은 복귀가 아니라 잘못에 대한 징계와 반성을 논의할 시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