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수장 잇달아 만난 해리스 美대사, 무슨 얘기 오갔나

입력 2019-01-28 17:32 수정 2019-01-28 18:33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뿐 아니라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 사건으로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리스 대사는 낮 12시45분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 1시간20여분간 정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해리스 대사가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양측 모두 대화 내용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를 빠져나간 해리스 대사는 오후 4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강 장관을 만났다. 한·미 양국 현안 중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우선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리스 대사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부 강 장관에게 자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회동 후 “강 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접견해 한반도 문제 및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양국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뉴시스

한국의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이었다. 미국은 10억 달러(약 1조1163억원)를 ‘막판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은 1조원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이른바 안보 무임 승차론을 거론했으며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엔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 문제는 정 장관과 해리스 대사와의 면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대사는 부임 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을 지낸 만큼 군사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군 소식통은 “정 장관은 일본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한 사실이 없으며 일본 측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리스 대사가 한·일 어느 한 쪽의 책임을 강조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신 한·일 양국간 협의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을 수는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 및 미·일 동맹을 중시해온 미국 입장에서 한·일 갈등 장기화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가 신년 인사 차 국방부와 외교부를 방문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