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매리가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카타르 국기를 들고 목격됐다. 카타르 국기 디자인의 드레스까지 갖춰 입었다. 그는 카타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져 탈락했다. 이매리에게 ‘배신자’ ‘변절자’ 같은 험한 말들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여론의 일각에서 8년 전 국내 연예계의 구조적 모순을 주장하고 떠나 경력이 단절된 이매리를 이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매리는 UAE 아시안컵에서 카타르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있다. 아랍인(40%)·인도인(20%)·파키스탄인(20%)이 대부분인 카타르 관중석에서 이목구비도, 피부색도 다른 동아시아인 이매리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외신과 중계방송사는 카타르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이매리를 몇 차례 카메라에 담았다.
AP통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알나얀 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매리를 포착했다. 카타르가 이라크를 1대 0으로 꺾은 16강전이었다. 이매리는 카타르 국기를 두 팔로 펼쳐 들고 밝게 웃었고, AP통신의 하산 아마르 기자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르 기자는 레바논인. 이매리를 알 리가 없었다. 사진기사에 이매리를 ‘한 여성(A woman)’이라고만 설명했다.
이매리는 한국과 카타르가 8강에서 대결한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관중석에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매리가 6000명 넘는 한국 관중 속으로 들어가 카타르를 응원한 점에 있었다. 이매리는 평소대로 카타르 국기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카타르 국기를 흔들면서 카타르 선수들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관중석에서 홀로 카타르 팬을 자처해 엇박을 낸 이매리의 응원과는 별개로, 우리 교민은 카타르와 단교한 UAE의 반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우리 교민의 목소리를 담은 축구전문지 베스트일레븐을 통해서다. 카타르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원국으로 지목된 2017년 6월 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집트와 국교를 단절했다.
이매리는 1994년 MBC 공채 3기 MC로 데뷔했다. 2000년을 전후로 예능과 드라마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국내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2011년 SBS 드라마 ‘신기생뎐’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매리는 그 이후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무릎에 물이 찼지만 제작진이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엄포를 놨다”고 주장했다. 이매리는 ‘신기생뎐’ 출연을 마지막으로 연예계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매리는 한국외대에서 인도어를 전공해 인도·아랍계 지인들이 있었다. 그 덕에 카타르와 연이 닿았다. 이매리는 2014년부터 카타르 정부의 여러 행사를 홍보하거나 기획했다. 카타르가 유치한 2022년 월드컵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매리가 카타르를 응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매리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린 2017년에도 카타르를 응원했다.
카타르는 한국을 이겼고, 카타르를 응원한 이매리는 우리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 틈에 반론도 나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외면을 받은 이매리에게 조국을 함께 응원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이매리가 가장 힘든 순간에 손을 내민 나라는 한국이 아닌 카타르”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카타르는 한국을 꺾고 4강으로 진출했다. 오는 29일 밤 11시(한국시간) 아부다비 알자지라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개최국 UAE와 대결한다. 이 경기에서 결승 진출국이 가려진다. 카타르는 4강까지 5전 전승 12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본선 진출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