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크대 교수, “중국 유학생 교내 중국어 사용 말라”…학생 반발에 보직 잃어

입력 2019-01-28 11:14
메간 닐리 듀크대 교수가 26일(현지시간) 유학생들에게 보낸 메일 원문. 워싱턴포스트 캡처

미국 듀크대 교수가 중국 유학생들에게 교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보직에서 물러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 의과대 대학원에서 생물통계학 석사과정 학과장을 맡고 있던 메간 닐리 교수는 전날 유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닐리 교수는 이메일에서 “동료 교수 두 명이 내게 와서 교내 라운지에서 중국어로 매우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의 이름을 물었다”며 “왜 이름을 묻느냐고 했더니 교수들은 ‘그래야 그 학생들이 인턴이나 석사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때 기억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썼다.

닐리 교수는 또 “해당 교수들은 유학생들이 영어 실력을 향상할 기회를 잡지 않는데 실망했고, 공개된 장소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쓰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 했다”고 썼다. 그는 “제발 교내에서 중국어로 말할 때는 이런 의도치 않은 결과를 기억해 달라”며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지만, 교내에서는 100% 영어만 사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듀크대 학생신문이 메일 내용을 공개하자 유학생들이 분노로 들끓었다. 듀크대 재학생과 졸업생 2000여명은 탄원서에서 “교실 밖에서 모국어로 말했다는 이유로 학문과 고용 기회를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에선 ‘듀크대 중국어 사용금지’가 온종일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유학생들을 모두 귀국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쏟아졌다.

듀크대에서 생물통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 아시아계 학생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닐리 교수가 평소 유학생을 아꼈고 이메일은 실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들이 닐리 교수를 공개적으로 두둔할 경우 다른 중국 학생들에게 조국을 배신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매년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학생이 교육받는다. 이 중 중국인 학생의 수가 가장 많다. 듀크대의 생물통계학 석사과정 학생 54명 중 약 36명이 중국 학생이고 교수도 50명 중 10명이나 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반(反)이민 정서가 번지면서 외국인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학생들은 고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에까지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