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의 장수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지난 24일 아홉 번째 시즌에 돌입했다. LoL은 시즌마다 대규모 패치를 진행, 경기 양상을 색다르게 바꿔왔다. 올해도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포탑 방패 추가, 현상금 시스템 변경 등을 적용해 전혀 다른 게임으로 거듭났다.
LoL이 매 시즌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LoL은 앞으로 어떤 게임을 지향하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LoL의 리드 프로듀서 조 텅(Joe Tung)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 게임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사명감으로, 언제든 플레이어를 가장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LoL은 매 시즌 과감하게 변화를 추구한다. 룬 통합 패치, 아이템 전면 개편 등 시즌마다 이러한 대규모 패치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울러 패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변화를 꾀할 때 목적은 게임 내 존재하는 문제나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룬 통합 패치의 경우, 기존 룬과 특성 시스템의 고질적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존 룬과 특성은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직접 구매해야 하는 형태였다. 그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시스템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가 다소 제한적이었고, 게임플레이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에 제동이 걸리곤 했다. 신규 플레이어의 경우 기존 룬과 특성 시스템은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올해는 예년보다 프리시즌 변화를 놓고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게임 내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적에는 변함이 없었다.
예를 들어 포탑 방벽과 같은 새로운 기능은 라인전 단계가 너무 빨리 끝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했다. 현상금 시스템의 변화는 형세가 불리한 팀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룬과 마스터리를 1개로 합치는 패치를 진행했고, 올해도 이런 방향을 유지한다. 이런 패치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지난 1년간 이 통합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여기서 수정 및 보완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룬 시스템을 대폭 변경하면서 몇 가지 목표가 있었다. 선택지를 조금 좁힘으로써 선택의 결과가 더 의미 있고, 영향이 커지게끔 만들고자 했다. 이로써 더 독창적이면서도 눈에 띄는 룬 효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챔피언 선택 단계에서 룬을 변경하기 더 쉽게 만들어서, 팀 조합에 따라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플레이어들이 IP를 룬을 구매하는 데 쓸지, 챔피언을 구매하는 데 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일을 없애고 싶었다. 그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신규 플레이어들이 기존 플레이어보다 선택할 수 있는 챔피언 폭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LoL 초창기보다 지금 챔피언 가짓수가 훨씬 많아진 것을 고려하면, 그때 당시에 신규 플레이어였던 분들은 지금의 신규 플레이어만큼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 룬 패치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여러 이슈가 있지만, 그중 일부는 이미 해결했고 일부는 올해 꾸준히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룬 빌드에 능력치 보너스가 붙어있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우리의 바람은 룬 빌드를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따라 능력치에 대한 기회비용을 만들고 이를 통해 조금 더 흥미로운 선택 과정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많은 플레이어가 룬 빌드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능력치는 별개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완벽한 타이밍’이나 ‘어둠의 수확’ 같은 몇몇 개별 룬 밸런스가 문제였던 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룬 빌드끼리의 차이도 조정해 나갈 부분이 남아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모든 챔피언이 최소 1개 이상, 이상적으로는 여러 가지의 아주 잘 어울리는 ‘키스톤(keystone)’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시즌8 여름을 기점으로 브루저나 AP 메이지들이 바텀에서 AD 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유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최근 패치 노트를 보았을 때 다시 클래식한 조합의 바텀 듀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도된 변경인가? 그렇다면 이유는?
“변화의 목적은 하단 공격로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어 원거리 딜러가 아니더라도 바텀에서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좀 더 많은 옵션을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더 다양한 전략과 플레이 스타일을 장려하고자 했다.
하단 공격로에 원거리 딜러 외의 챔피언들도 등장했지만, 몇몇 플레이어들이 원거리 딜러가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거나, 치명타 빌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겼다. 우리는 다시 원거리 딜러가 경쟁력 있는 직업군으로 받아들여 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원거리 딜러 외 직업군도 종종 하단 공격로에 등장하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원거리 딜러를 무조건 기용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낄 일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단 공격로에서 AP 챔피언을 쓰는 것처럼 특이한 조합을 시도해보고 싶은 플레이어들도 응원하면서, 원거리 딜러만 쓰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도 경쟁력 있는 직업군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시즌8을 기점으로 소규모 국지전과 난전 게임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아트록스, 이렐리아, 아칼리 등 근거리 싸움꾼들이 각광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OP 챔피언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근거리 브루저 챔피언들에 대한 밸런스는 적당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2018년에 적용된 여러 변화 중 특히 시야 관련 변경점이 게임 전체 메타와 팀 조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근거리 싸움꾼들의 효율이 좋아진 것도 이런 변화의 일부분이라고 본다.
전체적인 윤곽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임에 스릴이 더해진 점도 있고 과거 다소 부진했던 챔피언들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근거리 싸움꾼들의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모든 직업군이 그러하듯이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이 중 아트록스와 아칼리, 그리고 이렐리아가 꽤 오랫동안 너무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각 챔피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여러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우리 목표는 이 챔피언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약점을 만들고, 상대하는 플레이어에게 분명히 이기는 방법을 드리는 것이다.”
Q: 아무무로 대표되는 초식 정글러나, 트린다미어 등 스킬 매커니즘이 단순한 근거리 챔피언들은 유저들로부터 오래 외면받고 있다. 반면 이즈리얼은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픽률 최상위권을 지킨다. 주류 챔피언을 순환시켜야 할 텐데, 이들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
“우리는 챔피언 인기도를 크게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로 어떤 챔피언이 얼마나 대중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다. 예를 들면 챔피언의 테마, 성격, 외모, 재미 등이다. 두 번째로는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챔피언의 효율성이다. 챔피언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현 LoL 메타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겠다.
결국 모든 챔피언들의 효율이 완벽하게 균등하다고 가정해도 어떤 챔피언은 다른 챔피언보다 훨씬 자주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즈리얼이 좋은 예이다. 많은 플레이어가 이즈리얼의 테마를 좋아하고, 또 스킬샷 적중률이 그다지 높지 않더라도 플레이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서 인기가 많은 챔피언이다.
반면 아무무 같이 오래된 챔피언이나 아이번처럼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챔피언 같은 경우에는 취향을 조금 탄다. 바꿔 말하자면 이들 챔피언을 열렬히 사랑하는 플레이어분들도 계시지만, 테마나 게임플레이가 대중적인 매력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몇몇 챔피언이 항상 인기가 많은 것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분들이 특정 챔피언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지양하고 싶으므로, 일부러 주류 챔피언을 순환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출시된 지 오래됐거나 인기가 조금 덜한 챔피언들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챔피언의 핵심 콘셉트가 많은 플레이어께서 좋아할 만한 것인데,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VGU(비주얼 그래픽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소규모 게임플레이 업데이트 또는 스킬 시전 시 비주얼 효과를 새로이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우리의 지향점은 플레이어분들이 이미 즐기고 있는 챔피언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인기가 적은 챔피언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플레이어분들께서 더 넓은 폭의 챔피언을 즐길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다.”
-리메이크 챔피언이나 신규 챔피언은 대부분 출시 직후 OP 반열에 오른다. 이는 의도된 밸런스 조정인가? 아니면 출시 이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가? 이 밖에 챔피언 간 밸런스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물론 의도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챔피언을 밸런스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신규 챔피언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할지 예측하기 까다롭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신규 챔피언이 출시되면 아무도 그 챔피언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보통 출시 직후 OP 체감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신규 챔피언에 대한 상대법을 익혀나가면서 OP 체감도는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년간 트렌드는 숙련도가 높은 챔피언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조이(신규 챔피언)와 이렐리아, 아칼리(챔피언 업데이트) 등이 새롭게 나타났는데 이 챔피언들 모두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2019년에는 챔피언들의 숙련 난이도를 적절히 균형 있게 출시할 예정이다.”
-LoL과 e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LoL에 e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
“e스포츠는 LoL 경험에 있어 정말 너무나도 중요하다. 플레이어에게 e스포츠는 최고의 플레이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경험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플레이어가 아닌 분들에게도 세계적인 수준의 ‘보는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마치 일반적인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의 흥분과 스릴을 주는 멋진 경험이다. 최근에는 플레이어 일부가 나이가 들어 가정을 이루면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e스포츠를 통해 LoL과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또 어떤 플레이어들은 자식들에게 팬덤을 물려주기도 하고, 가족 단위 행사로 e스포츠를 관람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플레이어들의 사랑과 열정에 대해 정말 깊이 감사드린다.
-전체적인 게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e스포츠도 큰 영향을 받는지? 일반 유저들의 게임 디자인과 e스포츠 디자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양쪽의 급격한 챔피언 승률 차이 등이 예가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일반 플레이어를 위한 최선의 방향과 프로 플레이를 위한 최선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프로 게임에서 OP로 보이는 챔피언들이 솔로 랭크에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가 있는데,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팀원들과의 합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골드 티어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챔피언들이 더 높은 수준의 게임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런 차이 때문에 밸런스를 잘 맞추기가 까다로울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모든 플레이어가 만족할만한 방향을 지향하긴 하나, 가끔 그게 참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시즌7 때처럼 일부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골드 몰아주기나 라인 스왑 등의 전략으로 인해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변경을 적용한 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e스포츠와 일반 게임 모두에서 높은 수준이 유지되도록 고려하지만, 특정한 변경을 적용해야겠다는 결정이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지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LoL은 어떤 게임을 지향하는가?
“상당히 복잡한 질문이다.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멋진 게임과 커뮤니티도 있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e스포츠 대회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멋진 챔피언들의 풍부한 유니버스도 있어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 넓은 타깃층과 교감할 잠재성마저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워낙 많은 발전이 있었기에 게임 서버가 터지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스토어를 열어야 할지, 이 게임을 즐길 사람들이 있기는 할지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었던 초창기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LoL에 벌써 6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데, 그동안 배운 점이 하나 있다면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주 빠르게. 도태되지 않으려면 다가오는 변화에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유로 LoL이 향후 1~2년을 넘어서 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지 예측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LoL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고향 같은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 숙련도와 전술적, 기술적 능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또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어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팬과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LoL이 게임 그 자체로, 코스플레이로, 세계관으로, 또는 e스포츠적으로 일상의 한 부분으로서 즐기는 모든 이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대단히 야심 찬 목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 도달했다고도 생각된다. 또 어떤 면에서는 이제 막 시작해서 앞으로 해나갈 일이 많기도 하다. LoL이 어떤 게임을 지향하느냐고 묻는다면 앞서 말한 목표들이 생각나고, 앞으로 하나씩 이루어나갈 생각에 설렘이 가득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