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비밀번호와 숨겨진 장소…’ 드레스룸에서 온 메시지

입력 2019-01-27 11:35 수정 2019-01-27 13:21
이하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아내가 사망했다. 지난달 4일 민설희(가명)씨는 자택 드레스룸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러나 그가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정 가족들이 겨눈 의심의 화살은 남편인 최모씨를 향하고 있다. 이에 최씨 가족들은 “우리 며느리는 자살한 게 아니다. 자살쇼를 하다 죽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설희씨 죽음에 묶인 수상한 정황들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드레스룸의 마지막 메시지-전주 20대 여성 사망 미스터리’편에서 짚었다.

설희씨와 최씨 부부는 6년간의 긴 연애 끝에 2016년 결혼했다. 선물 같은 아들 주영이도 품에 안았다. 그러나 지난겨울 설희씨는 문이 잠긴 드레스룸에서 발견됐고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설희씨가 자살 기도한 드레스룸 문고리는 성인 허리 춤 정도의 높이다.

최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관계가 좋지 않던 부부는 이날 오랜만에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취한 설희씨가 자신을 죽여달라며 위협적인 행동을 했고 그런 아내를 달래 안방으로 보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는 “문은 아내가 잠갔고 불길한 예감에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열쇠가 없었다. 망치를 빌려와 문고리를 부수고 방에 들어갔을 때는 아내가 일을 벌인 후였다”고 했다.

그러나 설희씨 가족은 최씨가 즉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사고 신고는 오후 8시쯤 이웃이 했다. 설희씨 가족은 “방에 혼자 있었던 시간 동안 엄마, 동생 하다못해 아들에게 유서 한 장 안 남겼겠냐”면서 “다급하면 인터폰을 누르거나 옆집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에 가서 망치를 빌렸다”며 답답해했다.

당시 최씨는 안방 문을 열기 위해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마스터키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때 그를 마주친 한 이웃 주민은 “최씨가 우리 아기를 보더니 ‘안녕’이라고 했다”며 “술 냄새가 났지만 아이에게 인사까지 건넸고, 이후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을 때 망치를 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씨 가족들은 SBS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최씨 아버지는 “아들은 며느리의 죽음에 조금도 관련이 없다”며 “우리 아들 목 조이려고 자살쇼를 하다가 덜컥 죽은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 주장했다.


최씨 측의 의문은 당일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구급대원들보다 설희씨 가족이 먼저 현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설희씨 동생 주희씨는 “오후 7시13분에 이상한 카톡이 왔다. 언니 휴대폰 비밀번호랑 휴대폰을 숨긴 위치였다. 그렇게 두개만 와 있었다”고 했다. 20여분 후 언니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설희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고 불길한 예감에 집을 찾았다는 게 주희씨의 설명이다. 그리고 실제로 설희씨의 휴대전화는 메시지로 전달된 ‘드레스룸 대피소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설희씨 휴대전화 안에는 부부 사이에 있었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남편 최씨의 외도 흔적이 담겼고, 그의 폭력적인 모습을 뒷받침할 증거도 있었다. 설희씨는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준비 중이었고 이혼 후 마련할 새집과 일자리도 찾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부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날 오후 6시52분쯤 설희씨는 최씨의 친구 정모씨에게 전화해 “제발 남편 좀 내 앞에서 치워달라”며 울었다. 이어 “남편이 나한테 세 식구 다 죽자고 한다. 지금 당장 아는 사람이 없다. 부탁할 사람이 오빠밖에 없다. 빨리 와달라”고 사정했다.


수상한 점은 또 있다. 설희씨가 발견된 드레스룸 안에서 의문의 정원형 핏자국이 발견된 것이다. 무언가로부터 타격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형태다. 설희씨의 몸에서도 멍 자국이 발견됐다. 설희씨 가족들은 사건 당일 최씨의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SBS 제작진 측이 입수한 혈흔 분석 결과 드레스룸에서는 설희씨와 최씨의 혈흔이 모두 발견됐다. 이에 대해 최씨는 “사람을 왜 자꾸 미치게 만드냐”며 분노하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