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관광지인 그랜드캐니언(그랜드캐년)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진 한국인 유학생 박준혁(25)씨의 여동생이 오빠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박씨는 현재 조금씩 자가호흡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의 여동생 A씨는 “사고가 난 날부터 (오빠의) 의식이 없다”며 “처음에는 산소호흡기를 꼈는데 지금은 어렵게 자가호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23일 채널A 뉴스A LIVE에 전화로 밝혔다. 이어 “병원에서는 의식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비행기를 태울 수도 없고, 병원비만 10억원이 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수학과 재학생인 박씨는 지난달 30일 그랜드캐니언에서 실족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1년간의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 전 관광을 떠났다가 당한 사고였다. 박씨는 헬기로 구조돼 병원에 후송됐지만 뇌출혈과 복합 골절 등의 부상으로 중태에 빠졌다. 박씨의 가족은 곧장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고 당시 박씨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단체 패키지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박씨 가족은 사고의 책임소재를 두고 여행사 측과 다투고 있다. 여행사는 박씨가 위험한 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바위에 부딪혀 추락한 것이라며 과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는 “구조했던 분이 오빠의 외투 주머니에 휴대전화가 있었다고 했다”며 “사진을 찍다가 추락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진 촬영 여부를 떠나 여행사 가이드의 과실을 묻기도 했다. 위험한 곳에 관광객을 데려가 놓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여행사에서) 오빠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혼자 갔다고 그러지만 (사고 영상을 보면) 많은 사람이 관광하던 곳”이라며 “안전펜스도 없는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광객을 인솔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박씨 가족은 국가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0억원이 넘는 병원비와 2억원 상당의 국내 이송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개인이 여행지에서 당한 사고를 국가가 어느 범위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모금 운동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씨 가족은 현재 외교부의 영사 조력을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