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게 끝 아닌데”…‘남자친구’ 개연성 부족 극복할까

입력 2018-12-07 14:24 수정 2018-12-07 16:43
tvN 제공


추운 겨울, 시린 옆구리를 달래줄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들이 있다. 잔잔하면서도 진한 멜로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자친구’(tvN)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연애’라는 결과에만 너무 집중한 탓인지, 개연성 부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남자친구’는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차수현(송혜교)과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김진혁(박보검) 사이의 로맨스를 담백하게 그려나가는 정통 멜로물이다. 지난 6일 방송된 4회에서 9.3%(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4회 연속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압도적인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쿠바 현지 촬영은 둘의 운명적 만남을 한층 고조시켰다. 쿠바의 빈티지한 공간들과 다채로운 색감, 아날로그적 감성이 둘의 로맨스에 특별함을 부여했다.


tvN 제공


송혜교와 박보검의 캐스팅 역시 주효했다. 둘은 12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극을 끌고 나간다.

송혜교는 오랜 멜로 연기 경력을 바탕으로 김진혁과 함께 있을 때의 설렘은 물론 새장 같은 현실에 살아가는 아픔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박보검은 극 일선에서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을 뽐내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차수현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갈수록 그의 연기 호흡도 한층 단단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tvN 제공


하지만 드라마의 개연성을 두고는 아쉽다는 평이 적지 않다. 재밌긴 하나, 극본이 꼼꼼하지가 않다는 반응이다. “송혜교와 박보검의 미모가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 극을 송혜교와 박보검이 통째로 끌고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톱 배우들이기에 아쉬움은 더 진하다.

현재까지 만들어온 차수현과 김진혁의 로맨스는 대부분 설명되지 않은 ‘우연’에 기대고 있다. 가령 극 초반부 쿠바에 간 차수현의 차가 잘못 섭외된 현지 운전자로 인해 사고가 나고, 그곳엔 마침 김진혁이 앉아 있었다. 카페에 있던 다른 손님의 요청을 받고 바꾼 자리였다.


tvN 제공


쿠바 말레콘 비치에서 둘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설정이나, 공항에서 길이 갈릴 때 마침 동화호텔 합격 소식을 전해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휴게소 라면 데이트’ 스캔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차수현과 어렸을 적부터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온 아버지 동료 남명식(고창석)이 구태여 김진혁을 강원도로 데려가는 것도 쉽사리 이해가 되진 않는 부분이다. 여기에 다소 작위적인 느낌의 대사까지 합쳐지면서 어색한 느낌은 배가 된다.

물론 모든 연인 관계가 그렇듯, 운명적 사랑은 결국 작은 우연들에서 시작한다. 운명은 빛나는 우연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연을 통해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극의 흡인력은 점차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남녀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관건인 멜로물의 특성상 앞으로 차수현과 김진혁의 감정선이 깊어질수록 이런 아쉬움이 상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후반부를 지금까지와 달리 더 치밀하게 그려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숱한 ‘우연’들이 극적인 ‘운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아직 내려놓을 순 없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