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지만으로 일·가정 모두 챙겨라? X 같은 말” 미셸 오바마의 지적

입력 2018-12-07 09:59 수정 2018-12-07 10:03
뉴시스

미셸 오바마(54)가 “결혼은 평등하지 않다. 지금 사회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 환경”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화제의 중심인 여성 자기계발서 ‘린인(Lean In)’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미셸은 최근 ‘비커밍(Becoming)’이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고 미국 전역을 투어하며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1일에는 뉴욕 브루클린 간담회에 참석해 여성 자기계발서 ‘린인’을 언급했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최고운영자 셰릴 샌드버그(49)가 집필한 도서다. 샌드버그는 2012년 최고 연봉 여성 3위(약 350억원)에 올랐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1년에는 미셸보다 순위가 앞섰다.

샌드버그는 ‘린인’에 여성이 유리천장을 못 뚫고 있는 현실과 문제, 그 이유를 적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여성이 스스로 힘을 기르고 의지를 갖는다면 결혼 후에도 부조리한 사회·기업 문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성의 발전이 곧 조직의 발전이라며 여성이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를 독려했다. 회의 석상에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샌드버그는 이 책을 통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을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결혼할 남자도 없으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부터 걱정하는 여직원’ ‘직장 내 여러 문제와 부딪혀 보지도 않고 여자 선배만 찾은 여자 후배’ 등이다. 또 ‘가사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을 만나라’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해 자녀를 돌본 뒤 밤 9시에 다시 업무에 복귀하라’ 같은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다.

미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샌드버그가 이 책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여성의 개인 의지와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출산휴가나 양육지원 등 ’엄마인 여성’을 위한 제도가 법제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샌드버그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여성이 가정과 일 모두에 몰두할 수 있는 해결법으로 ‘여성 개인의 의지’를 내세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갖춘 미셸에게도 어렵다고 했다. 또 미셸은 샌드버그의 책에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되는 가정이나 기업의 구조에 대한 고찰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셸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양립할 수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일에 몰두하면 다 된다는 X같은 말은 현실에 없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평등하지 않다. 직장도 마찬가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미셸의 발언을 “그가 린인에 제기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