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무리뉴의 고민…분명한 맨유의 문제점

입력 2018-12-02 17:27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2일(한국시간) 사우샘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문제점은 분명하다. 중원에서 중앙 수비수로 이어지는 핵심 수비라인의 불안정성이다. 수비라인의 불안정성은 미드필더들의 잔 실수로도 직결된다. 출중한 중앙 수비수가 없다. 이번 시즌 맨유의 기록이 이를 반증한다.

맨유는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22)보다 실점(23)이 더 많다. 더 많은 실점을 기록한 팀들은 16~20위권에서 힘겨운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는 5팀뿐이다. 영락없는 하위권 수준의 수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27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다. 지난여름부터 최고 수준의 중앙 수비수를 영입해달라며 구단 수뇌부를 독촉했다. 기존 수비자원인 에릭 바이와 필 존스, 빅토르 린델로프와 마르코스 로호 등이 모두 잦은 부상에 시달리거나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리뉴 감독의 호소와 같은 요구에도 수뇌부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해리 맥과이어(레스터 시티)와 예리 미나(바르셀로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토트넘),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까지 여러 센터백들과 소문만 무성했을 뿐, 이중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마저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한 브라질 미드필더 프레드마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프레드가 안데르 에레라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 약점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와 같은 모습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리뉴 감독도 많은 고민을 했다. 14경기를 치르며 시즌 초에는 수비진 구성을 잇달아 바꾸기도 했다. 크리스 스몰링과 필 존스와 함께 미드필더 에레라까지 수비수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스리백도 꺼내 들었고 마테오 다르미안과 에릭 바이, 빅토르 린델뢰프와 루크 쇼의 포백을 구성해보기도 했다. 수비진 구성에 무리뉴 감독이 얼마나 머리를 짜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몇 차례 실험적인 시스템을 꺼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였다.

스튜어트 암스트롱이 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골문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대 2 무승부를 거뒀던 2일(한국시간) 사우샘프턴과의 전반 12분 첫 번째 골 실점 장면에서도 수비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대 측면 공격수 나단 레드먼드에게 시선을 끌린 것이 시작이었다. 레드먼드가 오파페미에게 내어준 골은 깔끔한 스루패스로 스튜어트 암스트롱에게 연결됐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17세의 어린 공격수 오파메미의 시즌 첫 공격 포인트였다.

암스트롱을 제대로 마킹하지 못했던 네마냐 마티치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었다. 마티치가 중앙으로 끌려들어 가며 뒷공간이 열린 것이다. 쇼 역시 자신이 지켜야 할 페널티박스 왼쪽 지역에서 벗어났다. 수비조직이 그대로 붕괴되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수비구성에 변화를 주며 실험적인 포메이션을 구성했지만 실패였다. 에드 우드워드 단장을 비롯한 맨유 수뇌부들은 관중석에 앉아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네마냐 비디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없었다. 미드필더 선수인 네마냐 마티치가 전부였다”며 “린델뢰프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사실상 필 존스는 가용 가능한 유일한 센터백”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분명함에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매번 비슷한 패턴의 중앙 수비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맨유의 다가올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 그 어떤 팀도 핵심 수비수를 쉽게 내어주려 하지는 않을 터. 무리뉴 감독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