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는 하나님과 사람, 피조세계가 빚어내는 교향악”

입력 2018-11-30 15:28
김선종 호남신대 교수가 30일 서울 서초구 방주교회에서 열린 한국구약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레위기는 성경 66권 중 가장 지루한 책으로 꼽힌다. 구약시대 제사 규례와 율법을 담고 있는 일종의 법전이기 때문이다. 1장부터 번제에 사용할 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뜨는 제사법이 소개된다. 웬만한 인내력이 아니고는 27장까지 읽기가 쉽질 않다. 목회자들도 설교 본문으로 레위기를 자주 선택하지 않는다. 본문의 내용을 성도들의 삶에 적용하는 게 까다로워서다.

30일 서울 서초구 방주교회에선 ‘레위기와 설교’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한국구약학회(회장 배정훈 교수)가 주최한 제109차 학술대회에서다. 이날 주제 발표한 김선종 호남신학대 교수는 레위기를 ‘하나님과 사람과 땅의 교향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레위기에 대한 재발견이 진행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레위기는 모세오경 중 한가운데 있을 뿐 아니라 오경 신학의 핵심”이라면서 “사실 예수님이 나사렛에서 베푸신 설교의 주제가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 사상이었고 구약의 율법이 지닌 의미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보는 게 바로 레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레위기에는 율법만 기록된 게 아니라 이웃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등장한다. 레위기 19장 18절에 기록된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레위기가 모세를 통한 하나님의 설교였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믿음의 공동체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데 종교적 삶과 일상의 삶의 조화를 강조하는 레위기야말로 오늘날 교회들이 바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레위기를 ‘성결 법전’으로 이해해야 성도들의 삶을 거룩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레위기는 삶의 거룩한 변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거룩함을 ‘완성된 거룩’으로 보는 게 아니라 거룩해지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정의했다.

결국 김 교수는 ‘성결 법전’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하나님과 사람과 피조세계가 함께 빚어내는 아름다운 교향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과 사람과 땅이 내는 소리의 조화가 바로 레위기가 전하는 핵심”이라면서 “성결 법전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의 뜻을 받은 사람들의 설교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는 결국 레위기가 성도들의 삶과 괴리된 율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개회 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배정훈 회장도 레위기를 통해 ‘거룩함을 재발견하라’고 주문했다. 배 교수는 “지금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율법이 완성됐다는 것만 강조하면서 레위기가 말하는 ‘거룩성의 회복’을 도외시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거룩성의 핵심이 레위기에 담긴 만큼 이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교회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단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