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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한 순위다. 언제나 시즌 초반 반짝하다가도 여름이 되면 순위는 꼴찌로 수렴되어 갔다. 그래서 당시 롯데는 ‘봄데’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2005년이다. 롯데가 예상을 깨고 5월이 지나도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김재박(64) 당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고 말했다. DTD(Down Team is Down)의 탄생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DTD와 같이 거론되는 팀은 LG 트윈스였다. 2011년이다. 3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승패마진은 +10을 오르내리며 2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후반기 3할대의 성적을 보이며 급추락했다. 6위로 시즌을 마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어땠을까. LG는 3월 24일 NC 다이노스와의 마산 개막전에서 2-4로 패하며 6위로 출발했다. 연패를 당하며 9위까지 추락했다. 3월은 7위로 끝마쳤다.
4월 들어 잠시 9위까지 떨어졌지만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해 13일 5위, 15일 4위, 21일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4월을 3위로 끝마쳤다. 5월 들어 한때 7위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4위권을 유지했다.
6월 들어선 3위로 올라섰다. 6월 19일에는 2위까지 올라갔다.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3위로 또 4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8월 8일 5위로 떨어지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재개된 정규시즌에서 5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연패가 계속됐다. 9월 21일 6위, 9월 28일 7위, 그리고 30일 8위로 떨어졌다.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시즌을 끝마쳤다. 68승 1무 75패였다. LG팬으로선 DTD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한해였다.
그러나 DTD는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 팀의 전력과 관계있을 뿐이다. LG가 강하지 않았을 뿐이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빠져 나가는 주축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가 부족하면서 벌어진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과거 롯데도 그랬다. 주전과 후보들의 실력차가 큰 팀에서 후반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LG와 롯데가 내년 시즌에 대비해야할 부문이기도 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