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이웃을 집에 데려다준 흑인 청년이 경찰에 체포됐다.
워싱턴 포스트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사는 오디오 엔지니어 사미르 아메드(23)는 17일 오전 만취해 쓰러진 이웃을 도왔다는 이유로 자택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아메드는 이날 거리를 걷던 중 술에 취해 잔디 위에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부축해 집까지 안전히 데려다준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순간 주변이 분주해졌다. 집 인근 도로에 수많은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한 것이다. 알고 보니 다른 시민의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이었다.
이들은 아메드를 보자마자 사정을 물었고 신원확인을 했다. 아메드는 이미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신상 정보 밝히기를 꺼리는 그를 의심하며 제압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저지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소란이 일자 그의 가족들과 이웃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한 이웃은 경찰에게 “그는 남자를 도왔다”며 풀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아메드의 몸을 수색했다. 이후 그의 코트 안 주머니에서 ‘마리화나’가 소량 발견되자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한 경찰은 체포 이후에도 “그의 몸에서 강한 마리화나 냄새가 풍겼다. 술도 취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메드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인종적인 편견으로 과잉 대응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만약 금발과 파란 눈의 백인이었다면 어땠을까”라며 “그러면 경찰도 내게 이만큼 무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찰은 성명을 발표하며 해명에 나섰다. 대변인은 “당국도 일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재판부가 현재 체포 당시 이뤄진 절차와 상황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를 대응한 경찰이 제복에 부착했던 카메라도 법적 증거로 평가될 예정이다”라면서 “절차상 대중에겐 공개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하지만 아메드의 변호인은 “경찰은 무고한 시민을 체포했다. 그들의 주장은 모순된다”며 반박했다. 그는 “마리화나는 개봉돼 있지 않았다. 의뢰인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마리화나에 대한 공식적인 수색영장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부당함을 알렸다.
그가 검거되는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이후 코미디언 허들리가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공유하며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뜻이 담긴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를 해시태그로 작성해 화제가 됐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는 2012년 플로리다주에서 백인 방범대원이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시작된 흑인 인권 운동이다.
재판은 내년 1월에 열린다.
김누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