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노동자, 몸도 아프다…2명 중 1명 “근골격계 통증”

입력 2018-11-29 10:53

은행원과 전화상담원, 백화점 점원 등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직업군 근로자 2명 가운데 1명은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류지영 교수팀은 2011년 6월 1일부터 2011년 11월 30일까지 한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수행한 제3차 근로환경조사(KWC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 중 업무에서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근로자 2명 중 1명 이상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무, 판매, 서비스 분야 임금근로자 중 업무에서 근골격계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자세나 손과 팔의 반복적인 동작, 소음이나 진동 노출 같은 위험 요인이 없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 1만2186명 중 “나는 감정을 숨기고 일을 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항상 그렇다”와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 근로자는 30.6%(3730명)로 나타났다.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근로자 군에서 남성은 50.4%, 여성은 56.5%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다. 그렇지 않은 근로자 군은 남성 37.9%, 여성 45.2%로, 남녀 모두 10%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 감정을 숨기는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근골격계 증상에 대한 위험도도 최대 1.48배 높았다.

구체적으로 허리통증 위험도는 남성이 1.25배 높았다. 또 상지통증(어깨목팔)의 경우 남성 1.37배, 여성 1.26배 높았다. 하지통증(엉덩이 다리 발)은 남성 1.48배, 여성 1.22배 높았다. 두통/눈의 피로의 경우 남성 1.5배, 여성 1.42배 높았다. 전신피로는 남성 1.75배, 여성 1.82배였다.

류지영 교수는 “감정을 숨기며 일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근육의 긴장을 높여 근육과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 할 수 있다”며 “또 감정을 숨기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감정과 같은 심리적인 상태는 통증의 인지에도 영향을 미쳐,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해 지속적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